스포츠조선

삼성의 딜레마, 최악의 플레이 계륵 이동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03-23 18:56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올 시즌 초반 "문태영과 라틀리프의 정신력이 2% 부족하다. 팀이 좋지 않을 때 강한 정신력으로 코트 안팎에서 집중해야 승부처를 이길 수 있는 팀의 끈끈함이 살아난다. 그런데 두 선수는 경기에 지든 이기든 비슷한 태도"라고 했다.

모든 스포츠는 유기적이다. 농구는 선수들의 의지가 경기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 중 하나다. 유 감독이 지적한 부분은 좋지 않은 팀 분위기일 때 승부를 이겨낼 수 있는 좀 더 강한 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승부처를 대하는 프로의 가장 적합한 태도다.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 때 이런 부분들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계륵 이동준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5전3선승제) 1차전 전자랜드와 삼성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이다.

당연히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팀 정신이 필요하다. 이날 경기는 전자랜드의 견고함을 삼성이 어떻게 깨느냐가 관건이었다. 삼성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운스와 이동준의 골밑자원이었다.

전자랜드의 메인 외국인 선수는 포웰이다. 주태수가 있지만, 타운스와 이동준을 완벽히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카스토를 쓰면 정규리그 때 쌓아온 견고함에 균열이 가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전자랜드의 최대약점은 골밑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자랜드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삼성의 반격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이동준의 경기력이다. 수비테크닉이 부족한 그는 팀 공헌도가 많이 떨어진다. 특히 승부처에서 이겨나가는 힘이 그렇게 많지 않다.

경기 시작하자 마자 이동준은 상대의 강한 수비에 손톱이 제껴졌다. 벤치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그는 전혀 집중력이 없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수비마저 여러차례 놓치는 악순환을 이어갔다. 결국 그는 단 2득점에 그쳤다. 기록만 부진한 게 아니었다. 실제적인 경기력 자체가 엉망이었다.

수비에서는 여러차례 뚫렸다. 노련한 전자랜드 강 혁과 정영삼은 이동준을 상대로 효율적인 2대2 공격을 성공시켰다. 게다가 이동준의 마크맨인 한정원은 기대하지 않았던 6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강 혁은 "이동준의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항상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공격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 부분이 승부를 갈랐다. 결국 전자랜드가 73대63으로 삼성을 눌렀다.

전반을 24-34로 뒤진 삼성은 3쿼터 초반에도 고전했다. 3쿼터 5분11초를 남기고 30-44로 뒤졌다. 이 과정에서 이동준의 팀 공헌도는 최악이었다.

삼성은 3쿼터 막판 거센 추격을 시작했다. 이시준과 임동섭의 3점포와 이정석의 그림같은 스핀무브에 의한 골밑 슛이 있었다. 3쿼터 1분12초를 남기고 43-47, 4점 차까지 추격했다. 문제는 이동준이 벤치로 물러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동준의 연봉이 4억원이라는 점이다. 샐리리캡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팀내 최고액 연봉자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할 플레이오프에서 팀에 오히려 해악을 미쳤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 유럽리그에서 뛴 문태종을 제외한 혼혈선수들이 모두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승부에 대한 치열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문태종은 20득점을 올렸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버저비터 3점포까지 터뜨리기도 했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문태종의 버저비터 3점슛은 우리 팀으로서 너무 큰 타격"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전태풍 이승준 이동준 문태영 모두 정작 해줘야 할 승부처에서 비효율적이다. 화려하지만, 내실있는 득점이나 수비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속팀 사령탑들은 항상 전전긍긍한다. 왜 고연봉을 받아야하는 지 구단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날 이동준 대신 유성호를 기용한 김동광 감독의 용병술은 그래서 과감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완전치 않은 전자랜드 부상 변수

6강 1차전은 접전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이동준으로 인해 골밑의 무기를 잃어버린 삼성은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의 가드진은 준비가 잘 돼 있었다. 특히 이정석과 이시준으로 이어지는 가드라인은 전자랜드에 위협적이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삼성의 가드라인들이 좋기 때문에 매 경기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포워드 라인들도 효율적이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거친 플레이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전자랜드의 부상 변수다. 이현호는 이날 엔트리에 빠졌다. 몸상태가 그만큼 완전치 않다는 것이다. 문태종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여전히 컨디션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다. 주태수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유 감독에게는 여러가지 고민이 많다. 선수들의 체력안배와 함께 삼성의 라인업에 맞춰 효율적인 조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랜드는 기본적으로 골밑에 문제가 있다. 카스토가 완전치 않기 때문에, 카스토와 포웰을 내보내는 시점에서 멤버 조합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부상 선수가 많아 그 조합이 원활하지 않다. 따라서 김지완 김상규 등 신입급 선수들을 과감히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이날 전자랜드가 위기를 맞은 3쿼터 막판과 4쿼터 중반은 이런 전자랜드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물이다. 따라서 삼성은 1차전은 졌지만,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얻었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선수들이 잘 싸웠다. 1차전은 졌지만, (전자랜드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상대"라고 했다. 단순히 선수단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게다가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전자랜드에 있다. 올해 급격히 활동폭이 떨어진 문태종은 경기를 치를수록 움직임이 둔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강 혁마저 발목부상으로 2차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사실상 2차전이 전자랜드와 삼성의 6강 승부를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됐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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