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나이츠 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
'대세남' 김선형(25)과 최부경(24)을 한 자리에 모았다. 둘다 남자 프로농구 SK의 2012~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이다. 김선형은 포인트가드로 변신, 두 시즌 만에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루키 최부경은 모두의 예상을 깨면서 SK 베스트5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SK의 '언성(소리없는) 히어로'다. 김선형은 정규리그 MVP, 최부경은 신인왕이 유력하다.
정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SK의 정규리그 우승 뒷얘기와 통합 우승 도전
김선형(이하 김)=우리는 시즌 준비하면서 엄청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가슴이 벅찼죠. 허벅지가 아파서 우승 확정 경기를 벤치에서 봤는데 정말 뛰고 싶었습니다. 팀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찼고 감동적이었는데, 눈물은 안 나왔어요.
최부경(이하 최)=프로 첫 시즌인데 너무 잘 풀렸습니다. 프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요. SK에 오게 된 게 큰 복이죠. 아직도 얼떨떨하고요. 지난 9일 KCC전이었는데, 경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끝나고 나서야 우승 트로피 들때 느낌이 오더라고요. 개막전 전자랜드전이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정규리그가 다 끝났습니다.
기자=밖에서 보기엔 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큰 고비가 없었던 거 같아요.
김=시즌 초반 첫 고비는 모비스와 삼성에 연패했을 때입니다. 그 다음 전자랜드와 경기했는데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했습니다. 표정이 완전히 달랐죠. 그때 이기지 못했으면 정말 아찔 합니다. 그리고 4라운드 모비스전 때 우리 변기훈 선수가 역전 3점슛을 넣어 이길 때는 우승한 것 처럼 좋았습니다. 그걸로 사실상 2위 모비스와의 승차를 따돌렸고 봅니다.
최=지금 생각해도 전자랜드에 져서 3연패로 갔다면 지금 우리 순위가 달라졌을 겁니다.
기자=SK가 플레이오프에선 정규리그 만큼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김=주위의 시샘이 있는 거 느낍니다. 시즌 전에도 우리가 이렇게 잘 할 거라고 예상은 못 했을 겁니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향한 이런 저런 시각이 있습니다. SK가 너무 잘 나갔으니까 우리가 이겨낼 과제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젊은 팀 KGC도 했는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정규리그 2위 KGC는 1위 동부를 챔피언결정전에서 제압했다.)
최=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모비스도 잘 하고 있지만 우리는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최근 (김)선형이 형이 다치면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고 손발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SK는 플레이오프에 가면 정규리그 보다 완성도 높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자=최부경 선수, 17일 오리온스전 경기 막판에 자유투 하나 실수한 거 있죠.(결국 SK는 오리온스에 84대87로 졌다)
최=플레이오프 가서도 중요한 순간 자유투가 저에게 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다면 누구와 맞붙을 거 같아요.
김=우리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는 게 우선입니다. 반대쪽 사다리에선 모비스의 상승세가 엄청나죠. 모비스가 올라올 것 같아요. 팬들도 우리와 모비스가 만나는 걸 좋아하겠죠.
최=3위 전자랜드가 (문)태종이형 카드가 있습니다. 한방이 있는 팀입니다. 전자랜드가 6강 플레이오프(삼성전)를 통과하면 모비스와 예측불허의 경기를 할 겁니다. 모비스도 안심하기 이릅니다.
김=우리가 앞으로 가장 조심할 건 부상입니다. 그 다음은 우리는 한 명이라도 잠깐 정신줄을 놓고 딴 생각을 하면 전력에 누수가 생깁니다.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장인 (이)현준이 형도 그런 얘기를 선수들에게 많이 합니다. 그 신뢰만 깨지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우리는 홈에서 무척 강합니다. 홈승률(9할2푼6리)을 살리면 첫 경기에서 기선제압하고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 욕심 안 부리고 팀 플레이에 주력하면 우리가 누굴 만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기자=일부에선 모비스가 전력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SK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모비스 유재학 감독님이 전술이 많은 분이죠. 그런데 그런 얘기에 신경 안 씁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붙어보면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올 겁니다.
최=우리는 모비스와 붙어 이겼을 때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우리와 모비스를 너무 많이 비교해서 그런 거 같아요.
프로농구 SK나이츠 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
기자=최근 농구계에선 고의패배 논란에 이어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건이 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일단 터진 일들입니다. 나쁘게만 보지 않아요. 우리는 더 내려갈 데가 없습니다. 부흥기 때 터졌다면 다시 떨어졌을 겁니다. 기반을 다지고 다시 올라가면 됩니다. 터진 건 잘 수습해야죠. 최근 KBL이 그동안 말이 많았던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신인 드래프트제도를 바꾼다고 하니 다행이죠. 앞으로 흥미가 생길 겁니다.
최=한솥밥을 먹는 농구인으로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번 시즌 잘 추스리고 다음 시즌부터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해야죠.
기자=지금 농구가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세요.
김=지금은 위기죠. 지난해 관중이 늘어나는 추세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유독 안 좋은 얘기들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내년에 경희대 삼총사(김민구 김종규 두경민)가 프로 무대에 들어오고 하면 재미있을 겁니다.
기자=농구가 배구 보다 인기가 못하다는 말은 어떻게 보세요.
김=전체 관중수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배구가 시청률에서 앞선다고 하는데, 저는 스포츠는 직접 경기장에 와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배구가 인기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둘다 인기가 있으면 좋죠.
최=농구는 배구와는 다른 재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농구를 해서인지 몰라도 농구가 배구 보다 더 다이내믹하다고 봅니다.
기자=최근 KBL이 논란이 됐던 제도들을 뜯어고치고 있는데요.
김=제도 변화는 바람직합니다. 그동안의 FA제도에선 선수들이 정말로 원하는 팀으로 못갔습니다. 그러면서 팀들도 일부러 경기에서 지면서까지 신인 선수 수급에 사활을 걸었고요. 악순환이었죠. 새로운 FA제도가 잘 정착되면 '큰' 선수들이 서로 팀을 왔다갔다하게 됩니다. 많이 변할 겁니다.
최=앞으로 대학생 신인들은 8개 팀에 갈 확률이 생겼습니다. 진로가 더 넓어진 거죠. 선수들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자=드래프트제를 폐지하고 신인도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김=자유계약제를 하면 연봉 샐러리캡에 영향을 줄 겁니다. 좀더 생각이 필요하죠.
최=신인 자유계약제를 하면 선수들은 좋아할 겁니다.
기자=요즘 선수들의 슈팅력이 옛날 농구대잔치 때 선배들 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공감하세요.
김=요즘 농구는 옛날 보다 좀더 체계화돼 있습니다. 아마추어 때 슈팅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사라져요. 프로에선 선수에 대한 분석이 다 됩니다. 선수들의 습관이 다 드러납니다. 또 수비가 좀더 타이트해졌습니다. 옛날 선배님들이 수비를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또 요즘은 선수 한 명이 해야할 일이 다양해요. 옛날 슈터는 슈팅을 독하게 했죠. 하지만 요즘은 어느 하나 보다 모두 잘 해야 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기자=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제가 작년에 대표로 올림픽예선전에 나갔을 때 프로 시즌이 끝나고 한 달도 못쉬고 손발도 제대로 못 맞히고 대회에 나갔습니다. 최근 방 열 농구협회장님이 앞으로 대표팀은 1·2군으로 나눠서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맞다고 봅니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국제 경쟁력이 생깁니다. 경희대 삼총사나 고려대 이종현 같은 선수들 잘 키우면 됩니다.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국가대표 경험을 쌓게 해야죠. 중국 처럼요.
최=일단 지금은 피지컬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서양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면 딱딱한 쇳덩이를 상대하는 것 같아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안 되면 지는게 농구입니다. 몸싸움이 안 되는데 뛰면 다치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유소년부터 좋은 인재들을 길러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기자=우리는 언제쯤 NBA에서 풀시즌을 뛰는 선수가 나올까요.
김=10년 안에는 나올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피지컬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승진이 형은 포틀랜드에서 뛰기도 했고요. 포워드, 가드 쪽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허 재 감독님 같은 분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기자=김선형 선수도 꿈을 갖고 있는 거죠.
김=저는 KBL에서도 끙끙거리고 있습니다.(웃음) 작년에 올림픽예선전에서 러시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랑 붙었는데 스피드로는 해볼만했어요. 높이와 체력을 더 길러야 합니다. 러시아 대표팀의 1번(포인트가드) 선수 키가 2m였습니다.(김선형의 키는 1m87이다.)
프로농구 SK나이츠 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