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K 김선형-최부경, 모비스에 밀린다고? 시샘하지 말라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21 06:17

프로농구 SK나이츠
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대세남' 김선형(25)과 최부경(24)을 한 자리에 모았다. 둘다 남자 프로농구 SK의 2012~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이다. 김선형은 포인트가드로 변신, 두 시즌 만에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루키 최부경은 모두의 예상을 깨면서 SK 베스트5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SK의 '언성(소리없는) 히어로'다. 김선형은 정규리그 MVP, 최부경은 신인왕이 유력하다.

최근 한국 농구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시즌 중반, 고의패배 논란이 불거졌다. 잘못된 신인 드래프트제도가 빌미를 제공했다. 팬들은 농구장을 외면했다. 그런 가운데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2년 전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농구판은 어수선하다. 그래도 경기는 계속된다. SK는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 통합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남자농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둘을 18일 경기도 용인 SK 나이츠 숙소에서 만났다. 그들은 SK 우승 과정과 현재 농구가 처한 위기에 대한 솔직담백한 처방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SK의 정규리그 우승 뒷얘기와 통합 우승 도전

기자=정규리그 우승 확정하고 10일 정도 지났는데 지금 심정은 어때요.

김선형(이하 김)=우리는 시즌 준비하면서 엄청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가슴이 벅찼죠. 허벅지가 아파서 우승 확정 경기를 벤치에서 봤는데 정말 뛰고 싶었습니다. 팀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찼고 감동적이었는데, 눈물은 안 나왔어요.

최부경(이하 최)=프로 첫 시즌인데 너무 잘 풀렸습니다. 프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요. SK에 오게 된 게 큰 복이죠. 아직도 얼떨떨하고요. 지난 9일 KCC전이었는데, 경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끝나고 나서야 우승 트로피 들때 느낌이 오더라고요. 개막전 전자랜드전이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정규리그가 다 끝났습니다.


기자=밖에서 보기엔 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큰 고비가 없었던 거 같아요.

김=시즌 초반 첫 고비는 모비스와 삼성에 연패했을 때입니다. 그 다음 전자랜드와 경기했는데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했습니다. 표정이 완전히 달랐죠. 그때 이기지 못했으면 정말 아찔 합니다. 그리고 4라운드 모비스전 때 우리 변기훈 선수가 역전 3점슛을 넣어 이길 때는 우승한 것 처럼 좋았습니다. 그걸로 사실상 2위 모비스와의 승차를 따돌렸고 봅니다.

최=지금 생각해도 전자랜드에 져서 3연패로 갔다면 지금 우리 순위가 달라졌을 겁니다.

기자=SK가 플레이오프에선 정규리그 만큼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김=주위의 시샘이 있는 거 느낍니다. 시즌 전에도 우리가 이렇게 잘 할 거라고 예상은 못 했을 겁니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향한 이런 저런 시각이 있습니다. SK가 너무 잘 나갔으니까 우리가 이겨낼 과제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젊은 팀 KGC도 했는데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정규리그 2위 KGC는 1위 동부를 챔피언결정전에서 제압했다.)

최=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모비스도 잘 하고 있지만 우리는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최근 (김)선형이 형이 다치면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고 손발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SK는 플레이오프에 가면 정규리그 보다 완성도 높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자=최부경 선수, 17일 오리온스전 경기 막판에 자유투 하나 실수한 거 있죠.(결국 SK는 오리온스에 84대87로 졌다)

최=플레이오프 가서도 중요한 순간 자유투가 저에게 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다면 누구와 맞붙을 거 같아요.

김=우리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는 게 우선입니다. 반대쪽 사다리에선 모비스의 상승세가 엄청나죠. 모비스가 올라올 것 같아요. 팬들도 우리와 모비스가 만나는 걸 좋아하겠죠.

최=3위 전자랜드가 (문)태종이형 카드가 있습니다. 한방이 있는 팀입니다. 전자랜드가 6강 플레이오프(삼성전)를 통과하면 모비스와 예측불허의 경기를 할 겁니다. 모비스도 안심하기 이릅니다.

김=우리가 앞으로 가장 조심할 건 부상입니다. 그 다음은 우리는 한 명이라도 잠깐 정신줄을 놓고 딴 생각을 하면 전력에 누수가 생깁니다.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장인 (이)현준이 형도 그런 얘기를 선수들에게 많이 합니다. 그 신뢰만 깨지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최=우리는 홈에서 무척 강합니다. 홈승률(9할2푼6리)을 살리면 첫 경기에서 기선제압하고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 욕심 안 부리고 팀 플레이에 주력하면 우리가 누굴 만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기자=일부에선 모비스가 전력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SK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모비스 유재학 감독님이 전술이 많은 분이죠. 그런데 그런 얘기에 신경 안 씁니다. 플레이오프에서 붙어보면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올 겁니다.

최=우리는 모비스와 붙어 이겼을 때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우리와 모비스를 너무 많이 비교해서 그런 거 같아요.

프로농구 SK나이츠
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농구계의 잇단 악재와 위기 극복

기자=최근 농구계에선 고의패배 논란에 이어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건이 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일단 터진 일들입니다. 나쁘게만 보지 않아요. 우리는 더 내려갈 데가 없습니다. 부흥기 때 터졌다면 다시 떨어졌을 겁니다. 기반을 다지고 다시 올라가면 됩니다. 터진 건 잘 수습해야죠. 최근 KBL이 그동안 말이 많았던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신인 드래프트제도를 바꾼다고 하니 다행이죠. 앞으로 흥미가 생길 겁니다.

최=한솥밥을 먹는 농구인으로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번 시즌 잘 추스리고 다음 시즌부터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해야죠.

기자=지금 농구가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세요.

김=지금은 위기죠. 지난해 관중이 늘어나는 추세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유독 안 좋은 얘기들이 연달아 터졌습니다. 내년에 경희대 삼총사(김민구 김종규 두경민)가 프로 무대에 들어오고 하면 재미있을 겁니다.

기자=농구가 배구 보다 인기가 못하다는 말은 어떻게 보세요.

김=전체 관중수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배구가 시청률에서 앞선다고 하는데, 저는 스포츠는 직접 경기장에 와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배구가 인기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둘다 인기가 있으면 좋죠.

최=농구는 배구와는 다른 재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농구를 해서인지 몰라도 농구가 배구 보다 더 다이내믹하다고 봅니다.

기자=최근 KBL이 논란이 됐던 제도들을 뜯어고치고 있는데요.

김=제도 변화는 바람직합니다. 그동안의 FA제도에선 선수들이 정말로 원하는 팀으로 못갔습니다. 그러면서 팀들도 일부러 경기에서 지면서까지 신인 선수 수급에 사활을 걸었고요. 악순환이었죠. 새로운 FA제도가 잘 정착되면 '큰' 선수들이 서로 팀을 왔다갔다하게 됩니다. 많이 변할 겁니다.

최=앞으로 대학생 신인들은 8개 팀에 갈 확률이 생겼습니다. 진로가 더 넓어진 거죠. 선수들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자=드래프트제를 폐지하고 신인도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김=자유계약제를 하면 연봉 샐러리캡에 영향을 줄 겁니다. 좀더 생각이 필요하죠.

최=신인 자유계약제를 하면 선수들은 좋아할 겁니다.

기자=요즘 선수들의 슈팅력이 옛날 농구대잔치 때 선배들 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많아요. 공감하세요.

김=요즘 농구는 옛날 보다 좀더 체계화돼 있습니다. 아마추어 때 슈팅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사라져요. 프로에선 선수에 대한 분석이 다 됩니다. 선수들의 습관이 다 드러납니다. 또 수비가 좀더 타이트해졌습니다. 옛날 선배님들이 수비를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또 요즘은 선수 한 명이 해야할 일이 다양해요. 옛날 슈터는 슈팅을 독하게 했죠. 하지만 요즘은 어느 하나 보다 모두 잘 해야 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기자=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제가 작년에 대표로 올림픽예선전에 나갔을 때 프로 시즌이 끝나고 한 달도 못쉬고 손발도 제대로 못 맞히고 대회에 나갔습니다. 최근 방 열 농구협회장님이 앞으로 대표팀은 1·2군으로 나눠서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맞다고 봅니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국제 경쟁력이 생깁니다. 경희대 삼총사나 고려대 이종현 같은 선수들 잘 키우면 됩니다.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국가대표 경험을 쌓게 해야죠. 중국 처럼요.

최=일단 지금은 피지컬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서양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히면 딱딱한 쇳덩이를 상대하는 것 같아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안 되면 지는게 농구입니다. 몸싸움이 안 되는데 뛰면 다치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유소년부터 좋은 인재들을 길러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기자=우리는 언제쯤 NBA에서 풀시즌을 뛰는 선수가 나올까요.

김=10년 안에는 나올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피지컬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승진이 형은 포틀랜드에서 뛰기도 했고요. 포워드, 가드 쪽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허 재 감독님 같은 분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기자=김선형 선수도 꿈을 갖고 있는 거죠.

김=저는 KBL에서도 끙끙거리고 있습니다.(웃음) 작년에 올림픽예선전에서 러시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랑 붙었는데 스피드로는 해볼만했어요. 높이와 체력을 더 길러야 합니다. 러시아 대표팀의 1번(포인트가드) 선수 키가 2m였습니다.(김선형의 키는 1m8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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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경, 김선형
용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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