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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변경, '문제 구단' 이중 혜택 가능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9:08 | 최종수정 2013-02-14 07:26


2012~2013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제공=KBL

프로 농구계가 시끌시끌하다. 일부 구단이 대어급 신인을 잡기 위해 고의로 6강 탈락을 의도한다는 의혹.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 수 있는 소문들.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프로농구연맹(이하 KBL)이 물밑에서 떠돌던 추한 소문을 스스로 인정 했다. 지난 12일 각 구단과 언론사에 공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일부 구단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기운영과 관련, 시즌 막바지 농구 열기 조성을 저해하고 프로농구 리그 운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됨에 따라 KBL 운영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후폭풍이 거세다. 경희대 빅3로 불리는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대어급 신인이 유독 많은 올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 일부 구단이 6강행을 전략적으로 포기하고 고의로 느슨한 경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 리그 대표 기구인 연맹 차원에서 사실상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KBL은 재발 방지를 위해 두가지 방안을 들고 나왔다. 드래프트 제도 개선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구단에 대한 직접 제재다. 하지만 실효성이란 측면에서 의문이다. 당장 올시즌 벌어지고 있는 '막장 드라마'를 조기종영시키기는 쉽지 않다. '3위~10위까지 신인 배정 확률을 최소화한다'는 개선 방안. 소급 적용할 수 없다. 묘한 시점 문제로 인해 상황에 따라 '문제 구단'이 이중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올시즌 고의적 6강 탈락 팀이 대어을 낚아 상위권 전력으로 발돋움한 뒤 향후 개선된 평준화 제도 속에서 또 다른 대어를 낚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 구단에 대한 직접 징계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KBL은 향후 잔여 정규리그 일정 중 유사 상황 발생시 보다 면밀한 경기 분석과 재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문제 구단이 눈에 뻔히 보일만큼 노골적으로 무성의 게임을 할리 만무하다. 지려고 마음먹으면 티 안나게 질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극단적으로는 부상 선수 조작까지 가능하다. KBL이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징계 엄포는 그저 '경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불가피하다면 KBL이 일관되게 유지해온 '평준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프로 구단이 고의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피하는 기막힌 현실.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새로운 변화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라도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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