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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떠나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서장훈(KT)의 돌발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프로농구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 원정팀 선수단을 먼저 소개한 뒤 홈팀 선수들을 시끌벅적하게 인사시키며 기를 불어넣는다.
때문에 원정팀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코트에 몇 발자국 나와 간단하게 목례하는 정도로 끝낸다.
처음 보는 행동이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서장훈은 구단에 미리 말하지 않고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창원 원정경기는 서장훈에게는 선수생활 마지막이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서장훈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LG는 지난 시즌 1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다. 정규리그 경기일정 상 KT의 올시즌 창원 경기가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서장훈은 "창원의 농구팬 여러분들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소속했던 팀이었기 때문에 선수 소개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시즌 정규리그가 5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이제 종착역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그러자 서장훈은 조용하게 작별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 선수생활 15년 동안 서장훈이 몸담은 팀은 현 KT와 LG만 있는 게 아니다. SK, 삼성, KCC, 전자랜드를 거쳤다.
서장훈은 앞으로 이들 전 소속팀과의 원정경기를 할 때도 하프라인에서 팬들께 인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KCC의 전주 팬들에게는 인사를 할 수 없게 돼 아쉽다고 한다. 지난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사이 전주 원정경기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5, 6라운드 2경기는 모두 부산 홈경기다.
서장훈의 작별인사는 원정팀 관중을 대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6라운드가 시작되면 경기 시작에 앞서 상대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일일히 인사를 한 뒤 경기에 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서장훈은 올시즌이 끝나더라도 자신의 은퇴식을 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서장훈은 "팀 성적도 좋지 않은데다, 마지막 시즌을 연봉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는 중이다"면서 "KT는 그런 나를 잠깐 받아준 팀인데 무슨 레전드 스타라도 되는 것 마냥 거창한 은퇴식을 치르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은퇴식을 한사코 사양했다.
"팀 성적도 좋지 않은 데다, 내가 마지막 시즌에 잘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그는 "떠날 때는 말없이 조용하게"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서장훈은 한국 프로농구사의 커다란 기둥이자 전설이었지만 이제는 묵묵히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중이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