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현장에서는 경기수가 많다는 말들이 많았다.
일선 프로 팀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상과 체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살짝 곁들였다. 하지만 크게 진심은 아니었다. 그저 '농구 인기 회복'이란 당위성의 깃발을 흔드는 KBL에 대놓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 없어 내뱉은 수사에 불과했다.
'프로 1.5군 정도 실력이어야 대학팀들과 엇비슷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면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팬들은 과거 '허-동-택' 트리오 시절 기아자동차 같은 '절대 강자'에 대한 패기넘치는 대학팀들의 신선한 도전을 보고 싶어한다.
진짜 문제는 제도 안의 모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 팀들은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어가 유독많은 신인 지명 시장을 노려 일부러 꼴찌하려 작정하지 않는 한 욕 먹더라도 핵심 토종 선수를 보호해야한다.
왜 그럴까. 올시즌 외국인 선수 의 퀄리티는 뚝 떨어졌다. 몸값 상한선과 트라이아웃 내에서 선발이란 이중 잠금 장치 탓이었다. 수준 저하로 인해 대혼란이 벌어졌다. 벌써 교체 한도를 다 쓴 팀도 있다. 용병 간 트레이드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각 팀에 꼭 맞는 외국인 선수를 고르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 비중이 늘었다. 수준 떨어진 외국인을 보완할 토종 빅맨과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외곽을 책임질 가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토종 비중이 확대됐음에도 불구, 국내 선수 풀은 그대로다. 한계가 있다. KBL이 리그 평준화를 위해 도입한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 탓이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 총액이 21억원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러다보니 동부처럼 몸값 비싼 혼혈 귀화선수를 덜컥 잡은 팀들은 기존 베테랑 선수를 울며겨자먹기로 털어내야 했다. 선수층이 얇아졌다. 베스트 멤버와 백업 멤버 간 실력차가 더 커졌다. 주전 부상은 곧 재앙이다. 핵심 국내 선수가 다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한 시즌 농사는 끝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프로팀 입장에서는 엄연히 경기수 확대다. 이에 필요한 '장치'가 사전에 꼼꼼하게 기획됐어야 했다. 늘어난 경기 수 만큼 선수층을 보완 할 수 있는 장치는 모두 그대로 꽁꽁 묶어 놓고 이벤트성 경기만 늘려 흥행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애당초 '우물에서 숭늉 찾는' 조바심이 낳은 결과가 아니었을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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