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에 한 말이랑 똑같죠?"
이날 경기 전 허 감독은 "한 경기 턴오버 10개? 괜찮다. 실수를 해도 제발 4쿼터에 몰아서 하지만 말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취재진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하면서, "오늘은 어떨지 두고보자"던 그였다.
하지만 경기 후 허 감독은 취재진에게 "오늘도 4쿼터에 똑같이 하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3쿼터까지 48-40으로 앞선 KCC는 4쿼터에 고작 9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오리온스의 추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또다시 역전패를 허용했다.
허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연습을 했는데도 그런 상황에서 그냥 서있더라. 재현이가 공을 갖고 움직여 봤지만 방법이 없었다"며 "4쿼터만 되면 다들 얼어 버린다. 선수들이 자기가 잡았을 때 또 턴오버를 할까봐 숨어버리는 것 같다. 매번 그렇게 졌다"고 밝혔다.
3쿼터까지 자신감 있게 슛을 쏘던 선수들도 4쿼터만 되면 볼을 돌리기 바쁘다. 결국 시작과 끝은 모두 임재현의 몫이다. 상대 입장에선 임재현만 막으면 된다. 정말 편한 수비다.
허 감독은 "감독이 지시하는데 선수들이 못 움직이는 건 자신감의 문제다. 턴오버라도 해버리면 자기 때문에 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감독이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 했지만,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로 3쿼터까지 분전하는 KCC, 4쿼터병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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