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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이미지는 약체다.
박혜진 고아라 등 좋은 유망주를 받았지만, 리빌딩은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그들을 이끌어 줄 베테랑들이 없었고, 효율적인 지도를 해 줄 지도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 우리은행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들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검증된 지도자 대신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를 택했다. 최강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을 보좌했던 코치진들이었다.
시즌 전 위 감독은 KT 전창진 감독을 찾아가 사령탑으로서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기도 했다. 별다른 친분이 없었던 전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위 감독에게 강조하며 애정어린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위 감독은 초보감독이었다. 그러나 독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위 감독은 "패배의식을 지워버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강한 훈련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상을 초월한 훈련이 계속됐다. 5월 중순부터 강행군을 시작했다. 우리은행 선수들 중 제대로 된 몸상태를 가진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
오전 2~3시간, 오후 3~4시간 등 총 6시간 이상을 코트에서 땀을 흘렸다. 오후 훈련은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보통 7시 정도에 끝나는 연습. 하지만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거나, 패턴훈련이 되지 않으면 오후 9시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이 정도의 훈련량을 소화한 것은 남녀농구를 통틀어 최근 10년간 없었던 일이다.
우리은행 장위동 체육관에서 근무하는 식당 아줌마들의 불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늦게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에는 여수로 전지훈련을 했다. 오전에는 1시간 산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똑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위 감독은 "매년 최하위를 했기 때문에 강한 훈련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부작용도 생겼다. 이승아는 강훈련에 발목인대가 늘어나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 후 한달 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선수들도 있었다. 위 감독 채찍의 부작용을 해소시킨 인물은 전주원 코치였다. 전 코치는 혹독한 훈련에 지친 선수들을 찾아가 위로와 함께 따뜻한 대화로 다독거렸다.
선수들의 패배의식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독한 훈련에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게다가 훈련 자체가 자신감으로 변하는 게 당연했다.
5월 중순부터 10월 개막 직전까지 이런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은행 선수들이 받은 휴일은 단 이틀이었다. 위 감독은 "4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휴식이었다. 우리는 바닥에서 출발하는 팀이기 때문에 휴가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은행 선수들은 강훈련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거듭되는 추락으로 선수들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게다가 양지희 박혜진 이승아 등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도 있었다. 강한 훈련이 맞물리면서 우리은행의 팀컬러는 자연스럽게 터프하면서도 끈끈한 팀으로 변모했다. 우리은행은 주전 의존도가 심하다. 주전과 비 주전의 격차가 있다. 벤치의 의도된 용병술이기도 하다. 10월 12일 KDB와의 개막전에서 우리은행 베스트 5는 모두 40분을 소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식스맨을 기용하는데 인색하다. 위 감독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는 이기는데 익숙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행인 것은 비시즌 훈련으로 아직 체력적인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8경기를 치른 9일 현재 우리은행은 6승2패로 1위 신한은행에 반 게임 뒤진 2위다. 만년 꼴찌였던 그들의 돌풍에는 이유가 있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