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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아성에 도전한다!'
사실 지난 6년간 여자농구는 신한은행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전무했던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신한은행의 철옹성에 다른 5개팀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되는데다 신한은행을 견제하기 위해 5년만에 외국인 선수제가 부활한다. 또 KDB생명과 우리은행, 하나외환 등은 사령탑이 교체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신세계가 해체됐지만 하나외환은행이 이를 인수해 창단하면서 6개팀 모두 모기업이 금융사가 됐다. 이들의 라이벌 구도가 코트 위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지난 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신한은행을 제외한 5개팀 감독은 올 시즌 최강팀으로 신한은행을 꼽았다. 하지만 이는 곧 신한은행을 반드시 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등 노장 3인방이 빠진 신한은행은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 보였다. 오랜만에 여자 농구계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 공백을 신예들이 거뜬히 메워내며 성공적인 세대교체까지 이뤄냈다. 하은주라는 국내 최장신의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강영숙 최윤아 이연화 김단비 등으로 짜여진 나머지 멤버들은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켰다. 경험까지 더해진 이들이 부상없이 건재하다는 것이 신한은행을 극강으로 꼽는 이유다.
신한은행의 가장 큰 적은 역시 매너리즘에 의한 자만, 그리고 목표의식 부재이다. 하지만 올 시즌 외국인 선수제의 부활은 넘어야 할 새로운 목표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외국인 선수 재도입이 우리팀 견제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통합 7연패 도전에 대한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준비는 끝났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리가 막는다
신한은행의 7연패를 막아설 팀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인 KDB생명, 그리고 신한은행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KB국민은행이다.
KDB생명은 시즌 막판까지 신한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뽐냈다. 신한은행과 유일하게 4승4패로 대등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시즌 MVP인 신정자를 중심으로 한채진 조은주 등이 한층 원숙한 기량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어깨 부상을 입었던 이경은이 정상적으로 가세하고, 신임 이옥자 감독의 기대대로 곽주영이 제 기량만 보여준다면 특유의 빠른 공수전환과 끈끈한 조직력,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한 압박수비가 더 강해질 것은 분명하다.
KB국민은행은 김수연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변연하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틀에는 큰 변함이 없다. 다만 은퇴한 정선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KDB생명으로부터 데려온 정미란이 초반에 제 역할을 해준다면, 외국인 센터가 가세하는 3라운드부터는 지난해 못지 않은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있다
삼성생명과 하나외환, 우리은행 등은 올해도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외환은 새롭게 재창단된데다 조동기 감독이 새롭게 사령탑에 올랐고, 우리은행도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체제로 새롭게 꾸려 새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삼성생명은 김계령 이미선 김한별 등 비시즌 기간에 수술을 하고 아직 재활을 끝내지 못한 주전 3인방이 가세할 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베테랑 박정은을 중심으로 이선화 박태은 홍보람 이유진 등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젊은피들이 이들의 공백을 메워준다면 시즌 중반 이후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하나외환은 전신 신세계의 해체 이후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김지윤 김정은 허윤자 등이 건재한 가운데 신생팀 창단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조동기 감독은 "농구를 떠나 하나외환과 신한은행은 기업 라이벌이다. 이를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며 경기 외적인 투지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베스트5에 큰 변화는 없지만 위 감독-전 코치의 지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시즌 기간 신임 코칭스태프는 공수 기본기부터 다시 다듬는 동시에 강약 조절을 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걷어내는데 힘을 쏟았다. 위 감독은 "당장 우승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년처럼 무기력하게 1승 제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