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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주전? 12명 전부다."
창원 LG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몸값이나 이름값으로 볼 때 마땅히 위력적인 전력이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LG 구성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 김 진 감독이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고 있을까.
LG의 선수 가운데 KT에서 이적한 김영환이 최고 연봉을 받는데 1억9000만원(인센티브 3000만원 포함)에 불과하다. 국내선수 연봉랭킹 3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몸값이다.
이름만 들어도 영입하고 싶은 국내선수가 즐비한, 막강 혼혈선수를 보유한 다른 팀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런 LG에 희망가가 울려퍼진다. LG가 대만 가오슝에서 진행중인 전지훈련이 희망가의 진원지다.
LG는 전지훈련을 겸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리그 프로팀이 참가하는 ABA(아시아프로농구협회) 산아오배이 챔피언십(24∼28일)에 참가중이다.
예선리그에서 중국의 광동 위너웨이와 일본의 요코하마 B-커세어스를 물리치며 2연승, 이미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시즌 중국 1부리그 우승팀인 광동 위너웨이는 이달초 중국 선전에서 열린 ABA 챔피언십도 석권한 강호다. 요코하마 B-커세어스 역시 지난 시즌 일본 BJ리그에서 3위에 올랐다.
특히 주전 포인트 가드 변현수가 부상으로 빠진 데다 외국인 선수 1명만 출전시킨 가운데 국가대표를 3명이나 보유한 중국과 외국인 선수 2명을 투입한 일본을 상대로 거둔 성과라 현지에서는 작은 이변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실전같은 연습경기나 치르고 돌아오자고 생각했던 LG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비결은 뭘까. 김 진 감독은 "우리팀은 올시즌 베스트5가 따로 없다. 엔트리에 등록된 12명 모두가 베스트"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른바 치열한 플래툰 시스템으로 상승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 젊고, 경험적고, 기량이 그만그만한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LG의 치명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 감독은 "아직 붙박이 주전이 없고, 서로 비슷한 선수끼리 모여있다 보니 모두가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면서 "이 덕분에 한번 기회를 주면 눈도장을 받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뛰는 게 눈에 보이고,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윈-윈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다보니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 앞선 나머지 경기 중에 '오버'를 하는 바람에 경기흐름을 불안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김 감독은 "코트의 신사가 독사로 변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맹훈련을 시키는 데도 묵묵히 따라주는 젊은 제자들이 고마울 뿐이다.
LG의 10년 터줏대감 박도경 전력분석 코치가 "그동안 많은 시즌을 지켜봤지만 올해 만큼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는 처음 본다"고 한 평가가 헛말은 아닌 듯하다.
사실 LG가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처지는 못된다. 하지만 '약체'라는 주변의 평가에 발톱을 세운 젊은 '송골매'들이 있기에 가오슝발 LG 희망가는 더욱 기대된다.
가오슝(대만)=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