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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SK의 미남 슈팅 가드 김효범(29)은 '덩크왕'이었다. 1m92로 농구 선수 치고 큰 키는 아니다. 실제로 보면 탄력이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다리도 보통 선수들과 비교해도 길지 않다. 그런데 그는 2007년과 2009년 올스타전에서 두 번 덩크슛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360도 회전 투핸드 덩크슛, 돌고래 처럼 솟구쳐 림을 부셔버릴 것 같은 힘있는 원핸드 덩크슛, 공중에서 다리 사이로 공을 빼 꽂아 넣는 원핸드 덩크슛까지 자유자재로 덩크쇼를 펼쳤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김효범은 "덩크슛 하나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덩크슛도 레이업슛과 다 같은 2점일 뿐이다"고 말했다.
2005년 모비스로 프로 데뷔한 그는 SK로 와 두 시즌을 뛰었다. 다음달 개막되는 2012~13시즌이 세 번째 시즌이다. 그는 11세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갔다가 2005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형만 캐나다에 남아 사업하고 있다.
김효범은 "올해로 한국으로 온지 8년째인데 그동안 연이 없어 힘들었다.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같이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 2005년 같이 신인드래프트로 프로에 온 동기들도 지금까지 뛰는 선수가 별로 없다. 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무뎌졌다.
그에게 지난 두 시즌은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였다. 한때 5억원을 넘었던 연봉이 대폭 삭감됐다. SK가 계속 부진했던 이유를 물었다. 김효범은 주저하지 않았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못 했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다. 우리가 실력이 없었고, 준비가 덜 됐다."
김효범은 오는 시즌을 앞두고 개인적인 마인드를 버렸다고 했다. 덩크슛 욕심을 버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격 보다 수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도 인정했다. 대신 그걸 고치려고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그래서 문경은 SK 감독이 경기 도중 외국인 선수 애론 헤인즈나 크리스 알렉산더에게 주문할 때 김효범이 중간에서 통역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는 "이제 나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농구부터 잘 해야 한다. 악착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우리는 살기 위해 지금 승리가 절실하다"고 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