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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순정 만화에서 튀어 나온 것 같다. 큰 키(1m87)에 마른 몸매(79㎏), 뽀얀 피부에 두 주먹 만한 작은 얼굴, 그리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처럼 해맑게 웃을 때 드러나는 흰 치아까지. 막 샤워를 끝내고 마주한 SK 꽃미남 포인트 가드 김선형(24)에게서 달콤한 향수냄새가 솔솔 났다.
새 시즌에 김선형은 더이상 신인이 아니다. 팬들의 기대치는 지난 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SK를 이끌어야 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부담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SK는 최근 10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을 딱 한 번 했다. 일부 팬들은 이런 SK를 야구판의 LG에 빗대기도 한다. 같이 서울을 연고로 하고, 선수 면면은 나쁘지 않다. 또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만 성적이 수년째 신통치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덩크슛 욕심 NO, 화려함 보다 내실
김선형의 2011~12시즌 플레이는 멋을 부렸다. 가드이면서 덩크슛을 12개 시도해 모두 성공할 정도였다. 그는 중앙대 시절 2학년 때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난생 처음 공식 경기 덩크슛을 성공했다. 덩크슛의 그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또 민첩한 움직임과 현란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은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김선형은 새 시즌에 덩크슛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건국대를 졸업한 신인 최부경에게 앨리웁 패스를 해 동료들의 멋진 플레이를 돕고 싶다. 그는 "지난 시즌 내 스타일은 화려하고 즐기는 쪽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요즘 선수 개개인이 빛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 처럼 움직이는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시즌 보다 선수들간의 기량차는 큰 폭으로 줄였다. 누가 나가도 SK의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선수 구성을 하고 있다. 또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려 어이없게 무너지는 걸 차단했다. 김선형이 혼자 덩크슛을 욕심내면서 튈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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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팬이 많기 때문에 농구 관련 행사 때마다 단골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올스타전 또는 SK 팬미팅 행사 등에서 노래도 불렀고, 춤도 췄다. 김선형은 한달 용돈(약 80만원)의 상당 부분을 노래방에 가서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푸는 데 쓴다. 그는 "내가 자꾸 그런 무대에 나가면 농구는 안 하고 저런 것만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면서 "후배들 중에 끼가 넘치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이제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나갈 것"이라며 웃었다.
김선형은 다시 태어나면 축구도 해보고 싶지만 결국 가장 재미있는 농구를 또 할 것이라고 했다. 포지션도 변함없이 가드가 가장 좋겠다고 했다. 이유는 몸싸움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키가 좀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의 키는 1m87이다. 국내 여성이 선호할 정도의 훤칠하게 큰 키다. 하지만 김선형은 "농구할 때는 키가 1m94~95정도가 좋은 것 같다. 조금 더 키가 자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어바인(미국)=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