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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서장훈, 명예롭게 은퇴하려면...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5-23 07:02 | 최종수정 2012-05-23 07:02




"부정적인 평가를 불식시켜라."

'국보센터' 서장훈(38)이 극적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부산 KT가 은퇴 기로에 서있던 서장훈을 끌어안았다. 서장훈은 앞으로 1년만 더 뛴 뒤 무조건 은퇴하겠다며 명예로운 은퇴를 다짐했다.

'한국농구의 산역사' 서장훈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 준 KT구단과,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새출발을 다짐한 서장훈 모두 대다수 농구팬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제 서장훈은 스스로 가장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는 지난 1년을 잊고 명예로운 은퇴 준비를 몸으로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와 관련해 농구계에서는 서장훈이 마지막 1년을 성공하려면 자신 내부의 적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장훈이 극복해야 할 내부의 적은 무엇일까. 서장훈 영입을 결정하기까지 KT 구단에서 흘러나왔던 두 가지 걱정거리를 떠올리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전창진 KT 감독은 2011∼2012시즌을 끝낸 4월 초부터 서장훈을 고민했다. 당시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리기 1개월 전이었지만 LG가 이미 서장훈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전 감독은 "서장훈 같은 농구계 큰형님이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면서 서장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의리파' 전 감독이 어떤 식으로든 서장훈을 구제할 것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전 감독이 서장훈에 대해 고민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 "장훈이가 이제는 출전시간에 너무 연연하면 안되는데…."

서장훈이 거쳐온 여러 구단들로부터 서장훈에 대한 각종 평가를 들어왔던 전 감독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사실 농구판에서는 서장훈이 출전시간 보장에 너무 연연한다는 얘기가 자주 나돌았다.

은퇴를 앞두 나이에 더 뛸 수 있다고 의욕을 보이는 것은 '투혼'으로 칭찬받을 수 있다. 서장훈 본인도 오랜시간 뛸 수 있을 정도로 몸관리를 했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의 사정과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팀 플레이, 성적 때문에 서장훈 활용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히 닥친다. 지난 시즌 LG에 몸담고 있을 때가 특히 그랬다.

선수의 출전 여부는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이자 고유 권한이다. 명성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왕고참 선수가 출전시간에 집착하면 감독들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구상했던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기도 힘들다.

전 감독 스타일상 선수가 출전시간을 놓고 이견을 나타내면 용납하지 못한다. 1초를 뛰더라도 묵묵히 따르겠다는 자세를 전 감독은 기대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후배들과의 융화다. KT는 FA 2차 협상 마감시간(20일 오후 1시)에 딱 맞춰 영입 의향서를 제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음을 암시했다. 정선재 사무국장은 서장훈 영입을 결정하기 이틀 전 여러가지 검토사항을 언급하면서 "선수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말을 했다.

사실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 영입은 구단과 감독이 알아서 결정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KT는 기존 후배 선수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 서장훈과 후배 사이에 불협화음이 잦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트에서 의욕이 너무 넘친 나머지 자기 중심의 플레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분위기가 싸늘해진다는 말이 자주 나왔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서장훈은 21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을 언급하며 "감독님에 따라 맞추고, 나를 선수들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내가 맞춰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타 구단의 한 감독은 "서장훈이 다시 기회를 얻게 돼 다행이다.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동안 나돌았던 부정적인 평가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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