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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은 전자랜드가 2점차(81대79)로 승리했고, 2차전은 KT가 4점차(75대71)로 반격했다. 모비스의 완승 모드로 전개된 모비스와 KCC의 또다른 6강 PO와 대조적이다.
PO에서 처음 만나 팽팽한 치고 받기를 하는 것도 흥미진진 하거니와 연고지가 각각 부산, 인천이어서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지역정서가 밑바닥에 깔린 가운데 양팀의 장내 신경전도 가열되기 시작해 농구보는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어게인 '항구시리즈'는?
'항구시리즈'는 지난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유래됐다. 롯데와 SK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만나자 '한국시리즈'를 패러디 해 '항구시리즈'란 말이 나왔다. 처음엔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부산, 인천 연고지 팀의 묘한 만남 때문에 재미삼아 회자되다가 라이벌 대결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묘하게도 이번 KT-전자랜드전은 4개월 전 프로야구 '항구시리즈'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위팀이었던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1, 2차전을 먼저 치렀다. 1차전에 패한 뒤 2차전을 승리하며 인천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번 KT-전자랜드전도 상위팀 부산의 홈에서 1, 2차전을 치렀다가 똑같이 1승씩을 나눠가진 뒤 인천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프로야구의 경우 롯데는 인천에서도 1승1패를 한 뒤 5차전 홈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KT는 프로야구에서 실패했던 '항구시리즈'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벼른다. KT는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전자랜드에 2승4패로 열세였다. 인천 원정에서 2승을 챙겼고, 홈에서 3전 전패를 했다. 그랬던 KT가 이번에 홈에서 1승1패를 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홈경기에서 모두 이겼던 기분좋은 징크스가 이어진다면 롯데의 전철은 밟지 않을 수 있다. 롯데의 간판 스타 강민호는 10일 전자랜드전에 시구자로 참석해 "부산 KT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 또한 부산의 롯데가 인천의 SK에 당했던 아쉬움을 대신 털어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미묘한 전운이 감돈다
KT-전자랜드의 6강 PO 2차전에서 인상적인 점은 양팀의 신경전이 가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차전 패배로 전 감독에게 따끔한 질타를 받은 KT 선수들의 눈빛이 전사처럼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미묘한 장면도 연출됐다. 2쿼터 중반 KT 조성민과 전자랜드 임효성이 충돌 직전까지 갔다. 임효성이 거친 파울로 조성민을 견제하자 조성민이 맞대응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조성민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가 터프하게 신경전을 하려는 것 같다"면서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전투적으로 패기있게 임하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기에 가세하듯 조동현과 양우섭도 전의를 불태웠다. 조동현과 양우섭은 10일 전자랜드전 도중 부상을 하는 바람에 12일 출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11일 코칭스태프와의 면담에서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3차전에 꼭 출전시켜 달라"며 불같은 눈빛을 했다고 한다. 전투적인 기질로 따지면 전자랜드의 이현호와 임효성도 밀리지 않는다. KT는 1차전 석패 이후 승부사 기질을 되찾았고, 전자랜드는 2차전 패배로 약이 바짝 오른 상태다. 사실 두 팀의 신경전은 정규리그 6라운드 최종전에서 이미 시작됐다. 당시 KT 측은 전자랜드가 정상적인 경기를 할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전자랜드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KT의 불만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양팀은 신경이 곤두설 대로 선 상태에서 만나게 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