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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판도 흔드는 '천적'의 먹이사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12-22 15:32 | 최종수정 2011-12-22 15:32


KGC는 21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승리로 전자랜드전 8연패에서 탈출했다. KGC 오세근(가운데)이 전자랜드 수비진 사이를 뚫고 리바운드 볼을 차지하고 있다.
안양=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2,21

절대 강자라도 임자가 있는 법이다.

프로농구 판도를 장악하고 있는 강팀들의 천적 관계가 흥미롭다. 21일 현재 동부, KGC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KT, KCC가 4강을 달리고 있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강팀. 하지만 천적이 있다.

1위 동부의 난적은 6위 LG다. 1승 후 내리 2번을 패했다.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유일한 팀이다. 동부는 라이벌 KT와도 2승2패로 호각세다.

2위 KGC는 5위 전자랜드가 부담스럽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천 원정 경기가 힘들다. 3라운드까지 인천에서만 내리 3번을 패했다. KGC는 21일 홈인 안양으로 불러들여 87대63의 대승으로 원정 3연패를 설욕했다. 지난 2010년 10월30일 안양경기부터 이어진 전자랜드전 8연패의 사슬을 끊는 승리였다.

3위 KT는 색깔이 비슷한 팀에 약점을 보였다. 특히 7위 모비스를 홈인 부산에서 만나면 꼬인다. 올시즌 3차례 홈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1승3패. 유일한 승리는 3라운드 울산 원정 경기에서 건졌다. KT는 올시즌 전자랜드전도 1승2패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4위 KCC는 KT에 맥을 못추고 있다. 올시즌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내용도 좋지 못하다. 만날 때마다 대패다. 평균 23득점 차로 패했다. 디펜딩 챔피언 KCC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결과다.

천적 관계 형성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전력상으로는 매치업 상의 불균형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각 팀마다 높이나 스피드 등 내세우는 장점이 있는데 특정팀을 만나면 고유의 장점을 살리기 힘든 경우가 있다. 빠른 농구의 대명사 KT는 장신군단 동부나 KCC보다 오히려 스피디를 앞세운 유사 스타일의 농구를 펼치는 모비스나 전자랜드에 고전한다. 거침없는 패기를 앞세우는 KGC가 전자랜드의 노련미에 거푸 덜미를 잡혔던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심리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특정팀 상대 연패가 거듭되면 선수들은 코트에 나서기 전부터 부정적인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연패가 길어질 수록 점점 더 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KGC 이상범 감독은 21일 전자랜드전에 앞서 "분명 먹이사슬이 있다. 이상하게 특정팀이나 특정 체육관에서 꼬이는 경우다. 이러면 선수들은 지레 몸이 무겁고 슛을 쏴도 잘 안들어갈 것 같고 그런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감독으로서는 분위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기왕 세번 진거 끝까지 다 져도 좋으니 편하게 하라"며 부담덜기에 주력했다. 결과는 전자랜드전 8연패 탈출. 이 감독의 적절한 심리 지도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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