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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화제 매치다.
여기에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KT전에서 KBL 사상 최초의 1라운드 전승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단순한 최초의 1라운드 전승 기록이 아니다. 덤으로 따라붙는 새로운 역사가 또 있다. KBL 15년 역사상 최단 경기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동부를 이끌며 명장의 이름을 떨친 이가 전창진 감독이다. 운명의 장난이다. 이제 전 감독은 자신이 친정팀에 남겨놓고 온 대기록이 깨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더구나 상대 사령탑은 절친 후배 강동희(45) 감독이다. 친형제 이상으로 우정을 쌓아온 두 감독은 올해 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화제에 올랐다.
2010∼2011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동부와 KT가 만났을 때다. 당시 전 감독은 KT를 이끈 지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노렸고,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강 감독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4강 통과를 겨냥했다.
결과는 동부가 3승1패로 승리했지만 치열한 단기전 승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선-후배간 우정에 금이 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마저도 소용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올시즌을 시작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어제도 강 감독과 밤 늦게까지 술 한 잔했다"며 경기장에서의 신경전은 신경전일 뿐 강 감독과의 우정에는 변함이 없음을 과시했다.
그런 두 감독이 이번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동부의 승리였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양팀의 전적은 평행선이다. 총 12경기를 치러 6승6패였다.
10년간 동부를 이끌면서 최강의 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었던 전 감독으로서는 동부 스타일을 너무 잘 알았고, 전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하며 노하우를 전수받았던 강 감독 역시 막강 전력을 바탕으로 KT에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현재 전력상으로는 5승3패로 힘겹게 공동 2위를 유지하고 있는 KT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KT 용병 찰스 로드가 부적격 판정을 받아 퇴출 대기중인데다, 믿을 맨 조성민이 국가대표 차출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전 감독은 후배의 당돌한 대기록 도전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다.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고전하는 바람에 상당히 위축된 반면 동부는 정말 강하다"면서도 "선수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승리에 연연하지 않도록 마음부터 보듬어주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