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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큰 걱정거리가 사라진 것에 안도한 나머지 디테일한 부분은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과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과의 풀타임 승부를 이겨낼 수 있는가.'
미국 현지나 국내 매체들의 이정후에 대한 전망은 온통 희망찬 낙관론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의 기준은 전부 과거의 기록을 기반으로 유추한 것들 뿐이다. KBO리그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성적과 지난해 메이저리그 첫 시즌 초반에 잠깐 보여준 기록 등이 근거다.
그런데 이 시점에 커다란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발생한 것.
지난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을 치르고 난 다음 날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와 등에 담 증세가 생겼다. 금세 나을 듯 했지만,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MRI 정밀검진과 주치의 진단을 진행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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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일간 휴식과 치료를 거쳐 허리 통증을 가라앉힌 이정후는 24일 샌프란시스코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 캐츠와의 연습경기에 복귀했다. 이어 25, 26일 디트로이트와의 시범경기 최종 2연전에 모두 출전했다. 이를 통해 허리 상태가 완전히 나았다는 걸 보여줬다.
이정후의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타격 밸런스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듯한 모습이 확인된다. 이정후는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치른 최종 리허설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 1득점 1볼넷 1삼진에 그쳤다.
이로써 이정후는 스프링트레이닝 14경기에서 타율 0.250(36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 10득점, 5볼넷, 8삼진, 출루율 0.357, 장타율 0.472, OPS 0.829를 기록했다. 잘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스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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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마이너리거급 투수들이 주로 나오는 시범경기 초반과 달리 시범경기 막판에는 메이저리그 주전 투수들이 등장한다.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의미 있는 타격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시즌 개막 후에는 결국 이런 투수들만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초반에 맹타를 휘두르다 후반으로 가면서 침묵한다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개막 이후 이정후의 성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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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자체도 크게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데, 특히나 50경기-200타석도 못 채운 기록이다. 기본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이정후가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통하는 타자인지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 제대로 검증을 완료하기도 전에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기대감만 남겨둔 케이스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매체는 26일 '샌프란시스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망하며 이정후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지난해 시즌아웃 부상 이전에 기록한 0.6대 OPS는 어쩌면 이정후가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중단된 기록이 아닌, 평균적인 기록일 수도 있다.'
미국 매체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정후의 진짜 가치에 대해 유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선수를 보는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이정후의 두 번째 시즌에 대해서는 희망과 기대감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풀타임 주전멤버로 아직 보여준 바가 없는 이정후에게 섣부른 기대감을 품는 건 무모한 일에 가깝다. 게다가 시범경기 막판의 타격밸런스 붕괴와 무안타 행진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면 시즌 초반에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연 이정후가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을 맞이해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 지 주목된다. 이제 진짜 실전무대가 펼쳐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