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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먹튀 외국인 타자에 덴 한신의 베팅[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12-28 09:20


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한신이 27일 영입을 발표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에르난데스.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올 시즌 멕시코리그에서 뛰었다. 사진캡처=한신 타이거즈 SNS

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에르난데스는 올해 멕시코리그 22홈런-71타점을 기록했다. 내년 시즌 한신에서 좌익수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LA 다저스에서 세 시즌을 뛰고 일본행. 외야수 쉘던 노이지(30)는 2023년, '재팬드림'을 머리에 그리며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연봉 130만달러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47경기에 출전한 경력 덕분에 100만달러가 넘는 계약이 가능했다.

그는 첫해 133경기에 나가 타율 2할4푼-114안타-9홈런-56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가 성공하기 힘든 '투고타저' 리그라고 해도, 연봉을 감안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강력한 어깨가 돋보였으나, 정규시즌 성적으로는 재계약이 불투명했다.

재팬시리즈에선 달랐다. 오릭스 버팔로즈와 6차전에서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팀의 첫 시리즈 홈런을 때렸다. 7차전에선 좌완 미야기 히로야를 맞아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렸다. 한신을 38년 만의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인도한 홈런이다. 노이지는 20만달러가 삭감된 연봉 11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재팬드림은 지속되지 못했다. 한신은 지난 10월 24일 노이지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었다. 올 시즌 4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1리-1홈런-8타점에 그쳤다. 지난 5월 1군 등록이 말소된 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올해 한신은 외국인 타자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 투수 수준이 높아 메이저리그 경력이 제법 화려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정교한 제구와 포크볼 등 변화구가 강점으로 꼽혔는데 구속까지 좋아졌다. 최근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타자 다수가 다년간 일본에서 적응 과정을 거친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선 일본프로야구를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한다.

한신은 27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내야수 라몬 에르난데스(28)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1m93-102kg, 우투우타. 1,3루수에 외야수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프로필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출전 경력이 없다. 2014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시작해 주로 싱글A, 더블A에서 뛰었다. 그는 2019년 애리조나 산하 더블A팀 소속으로 98경기에서 타율 2할3푼6리-11홈런-44타점을 올렸다.


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지난해 오릭스와 재팬시리즈 7차전에서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린 노이지.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이번 ㅣ즌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사진캡처=한신 타이거즈 SNS
보통 일본프로야구와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은 많든 적든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에르난데스는 올해 멕시코리그에서 활약했다.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3리-22홈런-71타점을 올렸다. 한신 구단 관계자는 "장타력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는 "내 능력을 믿고 뛸 기회를 준 한신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눈에 띄는 게 하나 더 있다. 연봉이 30만달러(약 4억4000만원)다. KBO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연봉이다. 요즘 KBO리그의 웬만한 외국인 타자는 첫해 연봉 상한선 100만달러(약 14억8000만원)를 꽉 채워 계약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없는 일본에서도 육성이 아닌 정식 계약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낮은 금액이다.

지난해 우승팀 한신은 올 시즌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이어 센트럴리그 2위를 했다. 화려함은 덜 하지만 전력이 탄탄하다. 내외야 거의 전 포지션에 주전 선수가 버티고 있다. 1루에는 FA로 잔류한 중심타자 오야마 유스케, 3루에는 4시즌 84홈런을 친 사토
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올해 리그 2위를 한 한신은 마무리 투수 출신 후지카와 감독 체제로 내년 시즌을 맞는다. 사진캡처=한신 타이거즈 SNS
데루아키가 자리 잡고 있다.

외야 한 자리만 경쟁 구도다. 팀 내 최고 연봉자인 지카모토 고지가 중견수, 프리미어12 일본대표팀 4번 타자 모리시타 쇼타가 우익수다. 좌익수 자리를 놓고 에르난데스가 일본 선수들과 경쟁한다. 구단 관계자는 "경쟁이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후지카와 감독이 원하는 경쟁이다"고 했다.

과거 한신은 KBO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타자들에 투자했다. 2018년 한화 이글스 출신 윌린 로사리오, 2021~2022년 KT 위즈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한신에서 뛰었다. 특급 대우를 받았다. 로사리오는 연봉 350만달러(약 51억7000만원)를 받았다. 한 시즌 20홈런을 넘긴 메이저리그 경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KBO리그 MVP 출신 로하스는 2년 550만달러(약 81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일본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가 떠났다. 이전 리그 성적은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걸 보여줬다.


KBO리그도 기본 100만달러인데, 메이저리그 출전 없고 연봉 30만달러…
로하스는 한신에서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는 한신에서 2년-550만달러, 특급 대우를 받았다. 스포츠조선DB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연봉 30만달러 선수. 과연 일본프로야구의 벽을 넘어 재팬드림을 이룰 수 있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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