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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류중일호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그 배경엔 물음표가 한가득이다.
그런데 세사르 마르틴 감독은 6회말 킬로메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엑토르 페레즈는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1루 송구 실책까지 범해 2실점 했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요엘리 로드리게스까지 2실점하면서 추격 당한 도미니카공화국은 8회말 5실점하면서 6대9로 역전패 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킬로메는 올 시즌 멕시코리그 푸에블라에서 5경기 5⅓이닝을 던져 1승1패, 평균자책점 10.13에 불과했다. 그러나 트랙맨에 집계된 140㎞ 후반대 직구의 평균 RPM(분당 회전수)이 2600, 가장 좋은 공은 2800RPM에 달했다. 삼진 수는 적었으나, 일본 양대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들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던 류중일호 타자들을 쉽게 범타 처리했다. 2014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데뷔, 뉴욕 메츠를 거쳐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까지 뛰었던 경력이 거저 얻은 게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는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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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메는 2020시즌 메츠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4경기 11⅓이닝 동안 5홈런 9실점으로 무너지며 평균자책점 11.12에 그쳤으나, 13개의 탈삼진을 솎아내기도.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39경기(선발 118경기) 614이닝 31승43패, 평균자책점 3.97,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38, 탈삼진 560개다. 대부분의 커리어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냈으나, 빅리그 팀들을 거치면서 꾸준히 시험대에 오른 점을 보면 아시아 무대로 향하는 소위 'AAAA급' 투수들의 커리어와 닮은 측면이 있다.
프리미어12는 빅리거들이 출전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비해 한 단계 아래 위상의 대회로 여겨진다. 그러나 빅리그 내지 아시아 무대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겐 훌륭한 쇼케이스 무대이기도 하다. 커리어 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킬로메에겐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 충분한 대회인 셈. 다만 올 시즌 기록이 적고, 시즌 말미에 펼쳐지는 대회라는 점에서 '관리' 역시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류중일호는 기사회생했지만, 도미니카공화국에겐 두고두고 아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마르틴 감독의 속내가 궁금한 이유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