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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현종이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야 하는거 아니여? 싶다가 '대투수님, 주무십니까' 하고 먼저 전화를 걸었죠."
양현종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었던 2007년. 이강철 감독은 이제 막 코치 생활을 시작한 KIA의 초보 투수코치였다. 양현종의 인터뷰를 본 이강철 감독이 오랜만에 양현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감독은 "그냥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 많이 했다. 노란 공 박스 한 통씩 갖다놓고 수백개씩 던지던거, 현종이가 번트 수비가 약해서 그거 만회하느라고 수십번씩 연습하던거"라며 오래된 추억을 하나씩 꺼내면서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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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은 "칸베 코치님이 현종이를 키웠다. 나는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현종이가 작년엔가 아내랑 일본에 가서 뵙고 왔다고 하더라. '너는 정말 평생 잘해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분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감독은 "처음 지도자가 되면, 특히 야구를 잘했던 사람들은 후배들에게 아는 것들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나는 칸베 코치 그리고 조범현 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솔직히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코치인 나도 하루도 못쉬었기 때문이다. 첫해 1년 중 올스타 휴식기 딱 하루 쉬었다. 너무 힘들어서 괴로웠다. 그런데 지나고나니까, 코치는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만나서 그분께 '제가 그때는 정말 싫었었는데, 지금은 정말 존경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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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다른 선수들은 식사하는데 칸베 코치와 나 그리고 양현종은 세명이서 나갔다. 그리고 쉐도우 피칭 400개, 500개씩 하는 거다. 하루라도 쉬면 안된다는 게 그분의 지론이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현종이도 매일 하다버릇하니까 해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투구폼이 점점 더 일정해졌다. 그때 폼이 정착되면서 꾸준히 지속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독하리만큼 집요하면서, 일관된 칸베 코치의 지론은 결국 '기본기'였다. 꾸준한 연습으로 기본기를 쌓은 투수가 결국 좋은 투수가 된다는 확신은 지금의 양현종을 만든 밑거름이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