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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끊지 못하겠더라."
0-1로 뒤지던 4회말을 마친 뒤 손승락 수석코치와 정재훈 투수 코치가 라우어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라우어에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며 교체를 제의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수순.
그런데 라우어는 고개를 저었다. 간절한 눈빛으로 "한 번만 더 던지게 해달라"고 손 코치와 정 코치에게 투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두 코치는 이 감독에게 이를 보고했고, 이 감독은 "110개까지만 가자"며 OK사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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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어는 미국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을 올린 투수.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2022년 11승)를 올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으로 입단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국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3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LG전에서도 투구 수가 늘어나며 고전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 뿐만 아니라 한계 투구 수임에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한 KIA 벤치의 판단도 첫승의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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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경기 전 전력분석 미팅에 라우어와 함께 했던 코치들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연구, 노력이 엄청났다'고 하더라. 간절함이 보였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니 투구 요청을 끊지 못하겠더라"며 "만약 5회초에 역전하지 못했다고 해도 라우어를 그대로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대개 외국인 투수들은 한계 투구 수에 도달하거나 벤치의 교체 의향이 있을 땐 'OK'하곤 한다"며 "투구 수와 상관 없이 더 던지겠다는 라우어의 모습을 보며 여느 외국인 선수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큰 경기에서도 믿고 맡길 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