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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맞붙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 반가운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레이는 5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1실점으로 막아내는 눈부신 투구로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1회 등판하자마자 선두 오타니 쇼헤이를 외야 플라이로 잡은 뒤 4타자 연속 볼넷과 사구로 1실점했지만, 감을 잡는 시간이었다고 보면 이후 피칭은 신들린 듯했다. 실점 후 5회까지 14타자 연속 범타로 솎아냈다. 2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제압하는 등 8개의 탈삼진을 마크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발견된다. 바로 구속이다. 이날 레이는 총 86개의 공을 던졌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온 투수 치고는 꽤 많은 투구수였다. 직구 44개, 슬라이더 27개, 너클커브 15개를 각각 구사했다. 직구 구속이 최고 97.0마일, 평균 95.2마일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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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뿐만이 아니다. 슬라이더 구속은 최고 91.1마일, 평균 89.7마일을 나타냈다. 2021년 88.6마일보다 1.1마일이 빨랐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투수들의 상당수가 구속 증가를 경험한다. 대표적인 투수 중 하나가 LA 에인절스 시절의 오타니다.
오타니가 미국으로 처음 건너온 2018년 직구 평균 구속은 96.7마일이었다. 그러나 그해 10월 제1차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2020년 복귀했을 때 1경기에서 나온 평균 구소근 93.8마일이었다. 큰 의미는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2021년 투타 겸업을 본격화하면서 95.6마일로 증가하더니 2022년에는 97.3마일로 더 빨라졌다. 그리고 작년 제2차 토미존 서저리를 받기 전에도 평균 구속 96.8마일을 나타냈다.
물론 이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구속이 정체되거나 느려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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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다저스에서 양 리그 통합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때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90.7마일이었다. 토론토로 이적한 2020년과 2021년에도 89.8, 89.9마일까지 나왔다. 하지만 2023년 후반기에 돌아와 11경기에서 던진 직구 263개의 평균 스피드는 88.6마일에 불과했다. 올해 한화 이글스에서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2~143㎞, 즉 88.2~88.9마일 수준이다. 작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레이의 호투를 앞세워 다저스를 8대3으로 꺾고 2연패를 끊었다. 49승54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와일드카드 8위로 처진 샌프란시스코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5.2%다. 그러나 레이를 필두로 선발진이 안정화된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다. 와일드카드 3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는 4.5경기차다. 추격 가능권이다.
이날 경기 후 레이는 "1회에 마운드에 올랐을 때 조금 흥분했던 것 같다. 모든 게 좋았다. 좀 성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공이 어떤 지 자신감을 갖고 던졌다. 1회를 잘 넘기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