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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1933년 코미스키파크에서 첫 경기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93회를 펼친 '미드서머 클래식(Midsummer classic)', 즉 '한여름의 고전'이다.
홈런 더비가 올스타전 전야 행사로 공식화된 건 1985년이다. 홈런 더비는 일종의 '에피타이저'다. 올스타전이 열리는 해당 도시 팬들은 홈런 더비를 통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슈퍼스타들이 이 홈런더비를 기피하고 있다.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전반기 동안 유지해 온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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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는 지난 23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홈런 더비 참가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 관계자들이 참가할 거냐고 묻는데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올스타 홈런 더비에 불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언젠가는 다시 참가할 것이다. 영원히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뉴욕에서 (올스타전이)열린다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별히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상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지는 지난 19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상대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의 공에 왼손을 맞고 타박상을 입어 이튿날 경기에 결장했다.
홈런 더비 참가자는 MLB가 결정하는데, 선수 본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부상 예방이든 다른 일이 있어서든, 참가하기 싫다면 안하면 그만이다.
저지는 루키 시즌이던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 홈구장 말린스파크(현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이후로는 올해처럼 부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참가하지 않고 있다. 양키스 구단도 저지가 홈런 더비에 참가하는 걸 썩 반기지는 않는다.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9년간 3억6000만달러, 연평균 4000만달러의 타자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홈런 더비에 참가했다가 다치거나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면 경을 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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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불참을 예상하는, 아니 불참을 권하는 이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다. 로버츠 감독은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앞두고 현지 매체들에 "오타니가 홈런 더비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프리배팅이라는 게 홈런을 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수십 번의 스윙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가을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오타니의 경우 과도한 스윙이 재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로버츠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오타니가 참가하는 건 한편으로는 야구에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즉 다저스 감독의 입장에서는 집중력을 갖고 상당히 많은 스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오타니는 팔꿈치 재활을 진행 중이지 않은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입장은 어떨까. 오타니는 아직 로버츠 감독과 이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전날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구단 뿐만 아니라 의사와 트레이너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는 "내 생각은 어제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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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한 것은 2021년이 유일하다. 그해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홈런 더비에서 후안 소토(당시 워싱턴 내셔널스)와 1라운드에서 맞붙어 연장 끝에 28대31로 패했다. 당시 오타니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500피트 이상의 홈런을 6개나 날리며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저지는 이날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터뜨렸다. 62홈런을 때린 2022년 못지 않은 페이스다. 오타니 역시 이날 개런티드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화이트삭스전에서 시즌 25호 아치를 그렸다. 홈런 감각이 한창 살아있는 이 여름, 두 선수가 홈런 더비에서 맞붙는 건 어쨌든 불가능해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