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제구 '만랩' 투수가, 왜 어처구니 없게 공을 하늘로 날렸나...가까운데 왜 더 두려울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6-16 11:45 | 최종수정 2024-06-16 12:06


제구 '만랩' 투수가, 왜 어처구니 없게 공을 하늘로 날렸나...가까운데…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KT전. 3회초 2사 1루 소크라테스의 투수앞 땅볼 때 벤자민의 악송구를 문상철이 잡지 못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15/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천하의 벤자민은 왜 그런 어이없는 송구를 했을까.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승부를 갈랐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KT가 선취점을 너무 허무하게 내줬다.

2사 1루에서 KT 선발 벤자민은 2번 소크라테스를 투스트라이크로 몰아붙인 뒤 147㎞ 바깥쪽 낮은 직구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그런데 공을 잡은 벤자민이 어이 없게 높게 던졌다. 1루수 문상철이 점프해도 닿을 수 없는 높이의 악송구였다. 끝날 이닝이 2사 1, 3루가 됐고 김도영의 선제 적시타로 연결됐다. KT가 4회말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초 2사 2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1대2로 패했다. 승부를 바꾼 실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투수들은 실로 대단하다. 18.44m의 먼 거리에서 150km의 강속구를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다. 그 대단한 능력 덕분에 수억원,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잊을만 하면 믿기 힘든 장면들을 연출한다.

먼 거리에 강한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데, 수비 과정에서 가까운 거리의 베이스를 향해 공을 뿌릴 때 어처구니 없는 패대기, 스카이 송구가 나온다.

근접 거리에서 꼭 사고가 터진다. 특정 선수 1~2명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모르겠지만, 잊을만 하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 연출된다.
제구 '만랩' 투수가, 왜 어처구니 없게 공을 하늘로 날렸나...가까운데…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KT전.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투구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15/
벤자민은 정교한 제구가 일품인 투수다. 왜 이런 실수가 나왔을까. 벤자민 말고도 투수들은 왜 오히려 가까운 거리 송구를 두려워할까.


투수 전문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투수들은 정해진 거리를 전력으로 던지는 패턴이 몸에 배어 있다. 그 루틴에서 벗어나 공을 던지는 걸 더 어려워하는 선수들이 있다. 팀에 1~2명씩 꼭 있다. 물론 야구 센스가 좋은 선수들은 송구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이어 "100% 힘을 다해 던지다, 가까운 거리는 힘을 빼고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공 던지는 리듬이 무너지는 경우다. 이게 입스로 오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은 보통 두려움에 패대기 송구가 나온다. 벤자민은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너무 힘을 빼다보니 공이 날린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제구 '만랩' 투수가, 왜 어처구니 없게 공을 하늘로 날렸나...가까운데…
스포츠조선DB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수가 나오지 않을까. 양 위원은 "급한 것도 문제다. 공은 자신에게 오는데, 주자가 빠르게 뛰면 마음이 급해진다. 최대한 투구처럼 스텝을 밟고 차분히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자민도 스텝을 밟기는 밟았는데, 하필 마운드 움푹 솟아오르는 곳에서 공을 잡아 스텝이 조금 꼬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수 있다.

그래서 투수들은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할 때 타자가 뛰는 걸 보며 천천히 1루로 언더 토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를 놀리는 게 아니다. 그게 가장 안정되고, 정확해서다. 양 위원은 "사실 다 핑계다. 프로라면, 그런 실수가 나와서는 안된다. 언더 토스도 좋지만, 프로 선수라면 언제 어디든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