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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한화, 명장 모셔온 걸로 끝이 아니다...왜 LG를 롤모델 삼아야 하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6-04 14:06


난파선 한화, 명장 모셔온 걸로 끝이 아니다...왜 LG를 롤모델 삼아야…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난파선 위기에서 만난 명장, 한화는 왜 LG의 길을 따라가야 할까.

한화 이글스가 대변혁의 시작을 알린다. '명장' 김경문 감독과 손을 잡았다. 감독 선임,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팀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멀리 봤을 때 한화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2024 시즌 초반이었다. 개막 후 파죽의 7연승으로 대전을 들끓게 만들었다. 하지만 4월부터 믿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1위에서 꼴찌까지 떨어졌다. 이 충격타에 지난달 27일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물러났다. 자진사퇴로 발표됐지만, 모든 정황은 자의가 아닌 타의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리고 1주가 흘렀다. 그래도 제법 빠르게 수습이 됐다.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곧바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 감독 선임까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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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한화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난파선이 될 위기인 한화호는 강력한 카리스마,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살릴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 감독은 거기에 딱 맞는 감독이다.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를 잘 발굴하는데, 실력 뿐 아니라 선수의 인성과 태도도 중요시 한다. 그동안 한화 야구는 좋은 선수는 많지만, 수비와 팀 플레이 등 기본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그런데 중요한 건 감독 선임 이후다. 김 감독이 왔다고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파동의 계기로, 구단이 방향성을 확고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좋은 롤모델이 있다. 지난 시즌 29년 만에 통합우승 영광을 이룬 LG 트윈스다. 29년이란 시간이 말해주듯 LG의 암흑기는 한화보다 더 길었다. 물론 한화도 만만치 않다. 마지막 우승은 1999년이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한용덕 감독 체제로 가을야구를 했지만, 이후 다시 9위-10위-10위-10위-9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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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흑기 동안 두 팀의 공통점은 무엇이냐. 명확한 팀 방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윈나우' 시즌, '리빌딩' 시즌이 계속 교차로 반복된다. 돈을 아끼다, 그룹에서 돈을 주면 별 계획 없이 비싼 FA 선수들을 덥석덥석 샀다. 조금만 팀이 흔들리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감독부터 갈아치운다. 마찬가지로 암흑기를 겪고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 자이언츠도 비슷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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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구단의 특성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모그룹 지원 속에 구단을 운영한다. 오너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반영된다. 그리고 몇몇 팀들은 야구단 사장직을 임원들이 차지할 한 자리로 여긴다. 그러니 정기인사 때, 2~4년마다 사장이 바뀐다. 그러면 단장도 바뀐다. 새 사장 단장이 뭘 해보려다, 옷을 벗으면 새롭게 오는 사람들이 또 다른 걸 해보려 한다. 안되는 팀의 전형이다.

두산 베어스는 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굴지의 강팀으로 군림중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산은 김태룡 단장이 2011년부터 교체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니 방향성이 생긴다. 사장 인사도 다른 구단보다 자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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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바뀌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돌이켜보자. 감독만큼 단장들의 무덤이라 불리우던 LG가 2019년 차명석 단장을 선임한 이후 지금까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상문 전 단장 시절부터 시작된 리빌딩이 완성되는 시점, 박해민과 박동원 등 꼭 필요한 포지션에만 전략적 투자를 했다. 구단은 장기전에서는 능력을 발휘한 류지현 전 감독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우승을 위해서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염경엽 감독을 선택했다.

한화가 무조건 감독과 임원들을 오래 자리에 두라, 누구를 시켜라 이런 얘기가 아니다. 최소 4~5년 정도 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한화만의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화도 오랜 염원인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명장을 모셔왔다 실패를 반복한 과거를 돌이켜보면 답은 나온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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