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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12구 중 59구, 8구 연속 바깥쪽 슬라이더. 사령탑마저 아연실색한 에이스의 집착은 커리어 최악투라는 결과를 낳았다.
10실점 중 8실점이 악몽 같았던 5회 한 이닝에 내준 점수다.
1회 허용한 선취점이나 3회 페라자에게 내준 홈런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반면 5회는 말 그대로 홀린듯 했다. 커리어 내내 고전 중인 독수리 공포증, 대전 징크스라고밖엔 설명하기 힘들 정도. 경기 후 박세웅의 한화전 통산 평균자책점은 8.51, 대전 평균자책점은 9.00까지 치솟았다.
이날 유독 불방망이를 휘두른 페라자에 대한 트라우마마저 엿보였다. 같은 편 타자들마저 흔들릴만한 에이스의 난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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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직구 구위가 나빴던 것도 아니다.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왔고, 4회까지의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제구가 다소 뜨는 느낌은 있었지만, 슬라이더 중심에 직구와 커브, 포크볼을 적절하게 섞어던졌다. 롯데 타선도 힘을 내며 3득점, 승부를 뒤집었다.
문제의 5회말조차 시작은 버틸만했다. 안타 2개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안치홍의 애매한 투수땅볼을 홈 아웃으로 잘 처리했다.
1사만루 채은성 타석부터 '슬라이더 집착'이 시작됐다. 채은성에게 던진 6구가 모두 135~140㎞ 사이의 슬라이더였다. 그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 뒤이어 이도윤에게 밀어내기 몸에맞는볼까지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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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박세웅의 투구수는 총 40구. 그중 25구가 슬라이더였다.
포수가 말릴순 없었을까. 유강남이 옆구리 통증으로 빠지면서 이날 마스크는 신예 손성빈이 썼다. 정황상 박세웅의 볼배합을 말리기 어려웠을 수 있다. 백업 포수 서동욱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이같은 투구패턴을 지적하곤 했다. "공이 좋으니까 타자랑 붙으면 되는데, 너무 코너워크를 신경쓰다 볼넷을 주고 스스로 무너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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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는 한화와 승차 없는 9위를 기록중이었다. 승리시 한화를 누르고 8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한화가 사령탑-대표 동반 사임의 혼란에 빠진 상태라는 점도 플러스요인이었다.
하지만 에이스의 멘탈 붕괴가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중위권 도약은 커녕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