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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미뤄진 김태형 감독의 첫승. 그 현실에는 에이스로 점찍은 애런 윌커슨의 부진이 있다.
윌커슨은 지난해 후반기 대체 선수로 롯데에 합류할 당시 "트리플A 시절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일명 로봇심판)와 피치 클락에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리얼 베이스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3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2.26의 호성적을 거뒀다. 구위보다는 제구와 완급조절로 승부하는 투수다. '구위가 좋은 스타일이 아니라 에이스를 맡기기엔 아쉽다'는 평도 있었지만, 롯데가 윌커슨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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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클락은 지나치게 인터벌이 길어 경기 시간을 늘리고, 이를 타자와의 수싸움에 이용하는 투수들에게 경고를 주는 제도다. 메이저리그는 주자 없을시 15초, 있을 때 18초가 주어진다. 후자의 경우 지난해에는 20초였지만, 올해는 2초 더 줄어들었다. 반면 KBO리그의 피치클락은 메이저리그 대비 여유롭다. 주자 없을때 18초, 있을 때 23초 안에 투구를 해야한다. 물론 피치컴(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기계)이 없다는 차이는 있다.
윌커슨은 이날 단 5이닝 사이에 무려 8번의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받았다. 페널티가 없는 만큼 윌커슨이 애초에 피치클락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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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윌커슨은 주자가 없을 때는 괜찮았지만, 1,3,4,5회말 공통적으로 주자가 나간 뒤에는 피치클락을 어기는 모습이 나왔다. 2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도 피치클락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다.
윌커슨은 1회 선두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폭투로 2루까지 내줬다. 추신수를 삼진 처리했지만, 최정의 타석에 1번, 한유섬의 타석에서 1번 피치클락 위반이 나왔다. 그리고 기어코 한유섬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3회에도 비슷한 양상. 1사 후 최지훈에게 2루타를 내줬고, 추신수 타석에서 피치클락 위반이 나왔다. 추신수는 삼진으로 넘겼지만, 다음타자 최정에게 초구에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날 SSG 김광현도 피치클락 위반으로 5번 경고를 받았다. 3번이 2실점한 3회, 2번은 1실점한 5회에 나왔다. 3회 김민성 타석에서 경고받은 다음 투구에 홈런을 내줬고, 레이예스에게도 경고 직후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전준우에게 적시타를 맞아 2실점. 5회에도 경고를 받은 윤동희 타석에 볼넷, 레이예스 타석에 안타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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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구1구 빠른 진행은 인상적이었다. KBO리그도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윌커슨은 또다시 맞이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경고를 받더라도 경기에 영향이 없도록 멘털을 잘 관리하기 어렵다면, 결국 피치클락에 맞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