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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말많고 탈많은 '악동' 트레버 바우어가 미국 프로야구 마운드에 깜짝 등판했다.
이날 바우어가 던진 건 공식 경기가 아니다. '아시안 브리즈(Asian Breeze)'라는 일본 야구팀으로 바우어는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과 일종의 친선 경기를 가진 것이다.
ESPN은 '3년 만에 미국에서 타자들을 상대한 바우어는 다저스 마이너리그 타선을 상대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가 상대한 타자들 중에는 유망한 선수들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다저스 타자들 중 앤디 페이지스, 디에고 카르타야, 헌터 페두치아는 톱클래스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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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은 '이 경기에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그가 12타자를 맞아 4명을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쾌투를 하자 응원을 보내줬다'고 전했다. 바우어가 애리조나 캠프에 온다는 것은 3일 전에 현지 보도로 알려졌다.
바우어는 "이 팀은 최근 나에게 투수가 필요하다며 제안을 해와서 뛰게 됐다. 원래는 어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캠프에서 던질 예정이었다"며 "딱 한 경기만 던지기로 했는데 여기에서 던지고 끝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바우어와의 인연을 끊은 다저스가 그가 등판하는 경기를 승인한 이유는 뭘까. ESPN은 '다저스는 그가 캠프에 나타나 실전 마운드에 오르면 이슈만 될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경기를 취소하려 하지는 않았다. 바우어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다저스 구단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하고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바우어는 "내가 누구를 상대로 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난 던지고 싶었을 뿐이다. 상대 타자들도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팬들도 왔고, 나도 즐겁게 던지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우어는 2021년 5월 성폭력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메이저리그(MLB)로부터 행정 휴직 처분을 받았고, 이후에도 검찰 수사와 MLB 조사를 받은 끝에 법적 혐의는 벗었지만, MLB로부터 324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징계가 194경기로 경감됐지만, 지난해 1월 다저스로부터 방출된 뒤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찾지 못하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방향을 틀어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19경기에 등판해 10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호투로 최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본인의 배번대로 96마일에 이르는 빠른 공을 앞세워 '악마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수비를 하다 부상을 입어 시즌을 조기 마감한 바우어는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목표로 요코하마에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그에게 계약을 제안한 구단은 아직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