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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LG는 성공하기 힘든 팀? 부담스러운 팀? 다 핑계다. 내가 기회를 못 잡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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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이정후가 빠진 자리인 1번-중견수에 이주형을 곧바로 투입시켰다. 잘 치고, 잘 달리는 유망주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키움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며 2023 시즌을 타율 3할2푼6리 6홈런 36타점으로 마쳤다.
하지만 이주형은 반 시즌 '반짝 활약'에 결코 경거망동 하지 않을 듯 하다.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 매일같이 출석해 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장에서 만난 이주형은 "올시즌에 내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거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다 달라질 거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하며 "작년에 한 건 다 잊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일단 기회는 잘 잡았다. 그 기회를 어떻게 증명해내느냐의 싸움이다.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걸 알고있다. 그러니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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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LG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LG는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최고 인기팀 중 하나고, 지난 시즌 29년 만에 화려하게 우승도 했다. 이주형은 이에 대해 "입단할 때는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LG는 인기팀이고, 야구만 잘하면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하지만 선수는 일단 시합을 뛰어야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뛸 수 있고, 내 기량을 알아봐주시는 팀이 가장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LG에서는 잘하시는 선배들이 너무 많고,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늘 쫓겼는데 키움에서는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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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LG에서의 생활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 이주형은 자신의 과거를 냉철히 돌이켰다. 그는 "내 또래 (문)성주형, (문)보경이형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이 형들이 이렇게 자리잡는 거 보면 다 핑계다. 아무리 경쟁이 힘든 팀이더라도, 기회를 잡을 사람은 잡는다. LG에서도 내가 못 잡은 거다. 오히려 나는 다른 2군 선수들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은 편이었다. LG는 1군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힘든 팀인데, 나는 정말 복 받은 선수였다. 나는 기회라도 있었다. LG가 부담스러운 팀이라기보다, 내가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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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의 2024 시즌 목표는 뭘까. 그는 당차게, 주저없이 말했다. "전경기 출전이 1번 목표입니다. 그리고 두자릿수 홈런, 20도루, 3할을 치고 싶습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