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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은 못한, '닮은꼴' 요시다처럼 우승 후 메이저리그 진출, 이정후와 히어로즈가 그리는 '해피엔드'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12-21 15:50 | 최종수정 2022-12-22 06:20


이정후가 10월 27일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서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컨택트 능력이 탁월하고, 파워가 좋고, 선구안이 남다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4)를 평가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상당히 낯익은 단어들이다.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요시다 마사타카(29)를 두고 미국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과 유사하다.

일본프로야구 오스릭 버팔로즈의 4번 타자 요시다는 5년 9000만달러(약 1158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아오야마대학을 졸업하고 드래프트 1순위로 오릭스에 입단해, 7년을 뛰고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뤘다. 포스팅이 개시된 직후 곧바로 사인했다. 요시다의 소속팀 오릭스는 포스팅비 1540만달러(약 198억원)를 챙겼다.

이정후가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시다처럼 구단 허락하에 포스팅을 거쳐야 한다. 소속팀 히어로즈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중심타자로 활약하던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세 선수가 미국으로 가면서 히어로즈에 들어온 포스팅비가 총 2337만달러(약 300억원)다.

1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의 가치는 대략 어느 정도일까. 현 시점에서 요시다가 참고가 될 수 있다.

공통점이 많다. 우투좌타 외야수이고 통산 타율 3할대를 기록중이다. 한시즌 두 자릿 수 홈런이 가능하다. 또 삼진이 적고 출루율이 높다.

타율 3할4푼9리(553타수 193안타)-23홈런-113타점-8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96. 올시즌 이정후가 거둔 성적이다. 요시다는 3할3푼5리(412타수 138안타)-21홈런-88타점-56득점, OPS 1.008을 마크했다. 기록까지 비슷하다. 이정후가 627타석에서 삼진 32개, 요시다가 501타석에서 41개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요시다가, 장타율은 이정후가 살짝 높았다.


KBO리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선 히어로즈 이정후. 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현 시점에선 이정후가 요시다 수준까지 대우를 받긴 어려워 보인다. 상대를 해 온 투수들의 수준차가 난다. 일본프로야구를 높게 보는 메이저리그가 비슷한 성적이라고 해도, 요시다를 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출전하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정후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수비는 이정후가 좋다. 오릭스에서 좌익수, 지명타자로 출전해 온 요시다는 외야 수비가 불안하다. 보스턴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무대로 가기 전에, '라스트 미션'이 있다. 히어로즈의 창단 첫 우승이다. 내년이 KBO리그의 투타 최고선수인 이정후, 안우진(23)이 함께 하는 마지막 시즌이다.

올시즌 히어로즈,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구성원들도 놀랐을 것이다. 투타의 두 핵심전력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정규시즌 3위를 했다. LG 트윈스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히어로즈의 특별한 힘을 보여줬다. SSG 랜더스에 우승을 내주고도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외부 FA(자유계약선수)까지 영입해 틈을 채웠다. 베테랑 불펜투수 원종현(35), 파워있는 외야수 이형종(33)을 데려왔다. 검증된 에이스 에릭 요키시(33)와 150만달러
2022년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한 이정후.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키움 히어로즈가 이형종, 원종현을 영입했다.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에 재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내야수 에디슨 러셀(28)을 재영입했다. 또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26)를 총액 100만달러를 꽉 채워 불러들였다. 강력한 우승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전력구성이다.

내년에 우승을 하면 요시다처럼 기분좋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2020년 꼴찌를 한 오릭스는 2021~2022년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정상에 섰다. 지난해 재팬시리즈에선 센트럴리그 1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패했는데, 올해는 같은 팀을 상대로 역전 우승을 했다.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활약했던 1996년 이후 2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중심타자 요시다, 강력한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24)가 투타를 이끌었다.

히어로즈엔 이정후, 안우진이 있다.

앞서 강정호(35·은퇴) 박병호(36·KT) 김하성(27)이 미국행 직전 시즌에 맹활약을 했으나 우승까지 이르지 못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하기 직전인 2014년, 3할5푼6리(418타수 149안타)-40홈런-117타점-10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98을 기록했다.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에 에이스 앤디 밴헤켄이 맹활약한 그해 가을, 히어로즈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패했다. 아쉬움이 컸던 시즌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정후.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년 시즌이 끝나고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갔다. 그해 박병호는 3할4푼3리(528타수 181안타)-53홈런-146타점-129득점, OPS 1.140를 기록했다. 무시무시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두산 베어스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떠나기 전인 2020년, 김하성은 3할6리(533타수 163안타)-30홈런-109타점-111득점, OPS 0.920을 올렸다. 공수에서 맹활약을 했다. 정규시즌 5위를 한 히어로즈는 와일드카드전에서 LG에 패했다.

내년 이정후는 다를까.

이정후와 히어로즈는 '해피엔드'를 머릿속에 그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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