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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조선의 4번타자'는 마지막 순간에도 최고였다.
2022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OB 모임인 일구회에서 선정한 최고 선수인 일구대상까지 수상했다.
21년 간 한국 프로야구의 굵직한 역사를 쓰고 은퇴한 이대호는 마지막 시상식인 골든글러브에서 눈물을 쏟았다. 가족, 동료, 팀 등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이대호는 이어 "일본, 미국에 갈 다 찬성을 해주시고, 내가 오로지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장인어른, 장모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다. 아내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내가 없을 때 장인 어른이 아버지 역할을 하시면서 아이들을 키워주셨다. 항상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펑펑 눈물을 흘렸던 그였지만, 이대호는 "나는 야구장에서 정말 강하게 했다. 후배들에게도 무서운 선배였다. 정말 안 울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느지 모르겠다"라며 "정말 남성호르몬을 맞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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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선배'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실력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이대호는 "나이가 들어서 야구를 한다는 건 편견과 싸우는 것"이라며 "나이가 많으면 못한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자리였다. 마지막에 정말 멋있게 은퇴하고 물러나고 싶었는데 지켜서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대호는 이어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 거 같다. 마흔이 돼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마지막에 체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워낙 많은 팬들이 오셔서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강하게 채찍질을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거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은퇴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대호는 "솔직히 더 하고 싶다. 그러나 좋은 후배를 위해 자리를 넘겨주고 그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며 "야구 선수가 야구 말고 뭘 하겠나. 제일 좋아하는 게 야구였고, 가장 행복했다. 그만큼 제일 잘하고 좋아해 떠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은퇴 발표를 한 뒤에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 좋다"고 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가 있었다. 롯데를 떠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승을 못했다는 것.
이대호는 "솔직히 지금 롯데 팬들께서 야구장에 많이 안 오신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전국에 숨어 있고 움츠린 우리 롯데 팬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팬들은 성적이 좋으면 다 야구장으로 오실 분이다. 팬들이 많이 와서 한국 야구가 재미있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