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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와 함께 떠났다…이대호가 지킨 목표 "마흔에도 잘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었다"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12-13 23:50 | 최종수정 2022-12-14 14:25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롯데 이대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삼성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2.09/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조선의 4번타자'는 마지막 순간에도 최고였다.

이대호(40)에게 2022년은 선수로서 마지막 해였다. 2020년 시즌을 마치고 2년 총액 26억원에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했고, 이대호는 이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로서 마지막을 선언했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142경기에서 타율 3할3푼1리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면서 타율 4위, 홈런 공동 5위, 안타 4위(179개) 등 각종 수치에 상단에 이름을 남겼다.

2022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OB 모임인 일구회에서 선정한 최고 선수인 일구대상까지 수상했다.

21년 간 한국 프로야구의 굵직한 역사를 쓰고 은퇴한 이대호는 마지막 시상식인 골든글러브에서 눈물을 쏟았다. 가족, 동료, 팀 등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이대호는 "할머니 말씀을 하고 싶었는데 더 눈물이 많이 날 거 같아서 참았다.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흐뭇해 하실 거다.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떠올렸다. 이대호는 어린 시절 친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대호는 이어 "일본, 미국에 갈 다 찬성을 해주시고, 내가 오로지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장인어른, 장모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다. 아내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내가 없을 때 장인 어른이 아버지 역할을 하시면서 아이들을 키워주셨다. 항상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펑펑 눈물을 흘렸던 그였지만, 이대호는 "나는 야구장에서 정말 강하게 했다. 후배들에게도 무서운 선배였다. 정말 안 울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느지 모르겠다"라며 "정말 남성호르몬을 맞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고 웃었다.


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무서운 선배' 이대호는 마지막까지 실력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이대호는 "나이가 들어서 야구를 한다는 건 편견과 싸우는 것"이라며 "나이가 많으면 못한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자리였다. 마지막에 정말 멋있게 은퇴하고 물러나고 싶었는데 지켜서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대호는 이어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 거 같다. 마흔이 돼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마지막에 체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워낙 많은 팬들이 오셔서 응원해줘서 힘을 얻었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강하게 채찍질을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거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은퇴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대호는 "솔직히 더 하고 싶다. 그러나 좋은 후배를 위해 자리를 넘겨주고 그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며 "야구 선수가 야구 말고 뭘 하겠나. 제일 좋아하는 게 야구였고, 가장 행복했다. 그만큼 제일 잘하고 좋아해 떠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은퇴 발표를 한 뒤에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 좋다"고 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가 있었다. 롯데를 떠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승을 못했다는 것.

이대호는 "솔직히 지금 롯데 팬들께서 야구장에 많이 안 오신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전국에 숨어 있고 움츠린 우리 롯데 팬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팬들은 성적이 좋으면 다 야구장으로 오실 분이다. 팬들이 많이 와서 한국 야구가 재미있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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