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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런 저지가 9년 3억6000만달러(약 4687억원)에 뉴욕 양키스 잔류를 선택했다. 후폭풍이 거세다. 같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0년 4억달러를 베팅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들러리였던 셈이다.
지터는 2001년 1월 10년 1억8900만달러에 양키스와 연장계약을 맺고 '평생 캡틴'을 선언했다. 해당 기간 지터는 타율 0.310을 올렸고, 1918안타, 156홈런, 1080득점, bWAR 41.3을 마크했다. 타율은 빅리그 20년 통산과 같고, 안타 55.4%, 홈런 60%, 득점 56.2%, bWAR 57.9%를 이 기간 쌓아올렸다. 또한 올스타 8번, 골드글러브 5번, 실버슬러거 4번, 월드시리즈 우승 1번이 이 기간의 성과다. 계약기간 동안 전성기를 누렸다고 보면 된다. 그의 나이 27~36세에 일어난 일이다.
지터는 2003년부터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2년 동안 양키스의 주장 완장을 찼다. 영원한 양키스 캡틴으로 추앙받았다. 그는 유일하게 득표율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다. 선수 시절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고, 은퇴 후에는 마이애미 말린스 CEO를 역임하며 프로 구단 경영에 참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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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9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팀을 옮긴 뒤 하락세에 접어든 선수로 켄 그리피 주니어, 앨버트 푸홀스, 로빈슨 카노, 프린스 필더 등을 들 수 있다. 그리피와 푸홀스는 나이가 듦에 따라 거의 모든 지표가 떨어지면서도 존재감은 뚜렷하게 유지했다. 반면 카노는 세 차례나 약물 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기면서 올시즌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 수순이고, 필더는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9년 2억1400만달러에 계약한 뒤 첫 두 시즌엔 제 몫을 하다 텍사스로 옮긴 2013년 후반기부터 목 부상을 입어 재기하지 못하고 계약기간 4년을 남기고 2016년 말 은퇴했다.
그렇다면 저지는 어떤 유형의 선수로 진화할까. 지금 당장 저지의 향후 9년을 예측할 수는 없다. 스포팅뉴스는 '저지는 나이 서른에 이르러 FA가 돼 장기계약을 한 게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코리 시거와는 다르다. 제프 짐머맨 연구에 따르면 타자는 보통 26세에 전성기가 시작돼 30을 넘기면서 급속하게 쇠퇴한다'며 '저지는 운동신경과 장기계약 직전 생산성은 A로드에 가깝다'고 했다.
양키스는 앞서 저지가 팀에 남을 경우 캡틴에 선임하겠다고 했다. 지터 이후 9년 만에 선수단 주장이 생기는 것이다. 저지가 지터처럼 중심타자와 리더로 롱런할 수 있다는 확신, 양키스가 평균연봉 4000만달러를 9년간 주기로 한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