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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 박찬호 소환한 디그롬-텍사스 입단식 "우승하러 왔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2-09 09:23 | 최종수정 2022-12-09 09:41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1억8500만달러에 계약한 제이콥 디그롬이 9일(한국시각) 홈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 프레스룸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크리스 영 단장이 건네준 저지를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1년 전 '그 장면'을 보는 듯하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제이콥 디그롬을 소개했다. 9일(이하 한국시각) 홈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디그롬은 "레인저스 구단과 협상하면서 날 정말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와 똑같은 비전을 갖고 있다. 팀을 강하게 만들어 매년 우승하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디그롬은 지난 3일 텍사스와 5년 1억8500만달러 계약에 합의한 이후 신체검사를 통과하고 이날 크리스 영 단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저지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텍사스는 1년 전 5억달러를 들여 유격수 코리 시거(10년 3억2500만달러)와 2루수 마커스 시미엔(7년 1억7500만달러)을 영입한데 이어 이번 오프시즌서는 에이스 디그롬을 영입해 로테이션을 강화했다. 염원이었던 진정한 에이스를 확보한 것이다.

디그롬은 "시거와 시미엔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메츠와도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레인저스 관계자들, 특히 (브루스)보치 감독과 얘기를 나누면서 무척 설레였다며 "그들은 협상 시작부터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줬고,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오래동안 뛰면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 염원은 영 단장도 마찬가지다. 영 단장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내년 플레이오프를 무조건 기대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보치 감독도 "무척 흥분된다. 이기기 위해서는 투수가 필요하다. 우리 선발진을 강화하는데 있어 디그롬보다 좋은 투수는 없다. 우리가 질 거라고 말하지 말라. 우리는 몇 주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텍사스는 올시즌 68승94패로 서부지구 4위에 그치며 6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961년 창단한 텍사스는 2010~2011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는 절실함이 최근 '통큰'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선발진을 오프시즌서 제대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선발 디그롬을 필두로 지난해 4년 5600만달러에 영입한 존 그레이와 올시즌 후 1965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좌완 마틴 페레즈, 지난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제이크 오도리지, 그리고 최근 영입한 FA 좌완 앤드류 히니까지 5인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텍사스가 '우승 청부사' 1선발을 FA 시장에서 영입한 건 2001년 박찬호 이후 21년 만이다. 당시에도 텍사스 구단과 현지 언론들은 '텍사스가 마침내 에이스를 얻었다'며 술렁였다.

2001년 12월 23일자 보도를 살펴보자. ESPN은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의 그래픽 사진과 함께 '박찬호의 영입은 텍사스의 우승에 대한 집념'이라는 기사를 메인 화면에 걸었다. CNNSI도 '박찬호는 텍사스의 염원을 풀어줄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입단 배경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텍사스에서 마이너리그 더블A 시절을 보낸 적이 있는 박찬호에 대해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텍사스 선수들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당시 텍사스 간판이자 최고 연봉자인 로드리게스는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와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박찬호는 그해 FA 자격을 얻어 5년 6500만달러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인연은 3년 6개월 만에 종료됐다. 박찬호는 2005년 7월 말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샌디에이고에서 텍사스로 옮긴 선수가 바로 현재 LA 에인절스 사령탑인 필 네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01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박찬호,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오른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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