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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지명을 받으면 주목받게 되고, 막연하게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괜히 우쭐한 마음도 생기고. 재능을 믿고 쉽게 생각해선 프로에서 잘 될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 팀에 1차 지명 선수가 얼마나 많았나."
한화는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와 2대1 트레이드를 했다. 2019년 1차 지명선수인 내야수 변우혁(22)을 내주고, 투수 한승혁 장지수를 데려왔다.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1차 지명선수가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팀을 떠났다. 4년간 한화 소속으로 50경기에 나서 타율 2할4푼6리(114타수 28안타) 4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1차 지명선수가 팀을 떠난 게 변우혁이 처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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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1차 지명선수가 안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한화가 그랬다. 지난 10여년간 한화 1차 지명선수들의 궤적들을 살펴보면, '흑역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2010년 입단한 북일고 출신 투수 김용주. 주축선수로 자리잡지 못하고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거쳐 KT 위즈로 이적했다. 한화 소속으로 27경기에 등판해 1승(4패)에 그쳤다. KT에선 1경기 2이닝 4실점하고 방출됐다.
2011년, 광주일고 출신 유창식이 계약금 7억원을 받고 입단했다. 한화 신인선수 역대 최고 계약금이다. 미래의 에이스로 기대가 컸는데, '제2의 류현진'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4시즌 동안 16승을 거두고, 2015년 KIA로 트레이드 됐다. 유창식은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영구제명됐다.
2013년 조지훈은 2020년 팀을 떠났다. 1군 23경기에 나섰는데 승리없이 3패만 기록했다. 2014년 황영국은 1군 경기에 한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2016년 김주현은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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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지역인 대전 충청권 선수자원이 부족하다보니, 한화는 신인 1차 지명제가 시행된 기간에 어려움이 컸다. 주로 북일고 출신 선수를 1차 지명했는데, 수도권과 호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전면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선수가 두각을 나타낸 사례도 별로 없다. 육성을 강조하면서 육성을 통해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어두운 기억을 털어낼 기회는 있다. 2022년 '슈퍼루키' 문동주(19)가 입단했고, 202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김서현(18)이 가세했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자원들이 착실하게 성장하면 한화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한화 2010년 이후 신인 1차(1라운드) 지명선수
2010년=김용주=북일고=투수
2011년=유창식=광주일고=투수
2012년=하주석=신일고=내야수
2013년=조지훈=장충고=투수
2014년=황영국=청주고=투수
2015년=김범수=북일고=투수
2016년=김주현=북일고 경희대=내야수
2017년=김태욱=북일고=투수
2018년=성시헌=북일고=투수
2019년=변우혁=북일고=내야수
2020년=신지후=북일고=투수
2021년=정민규=부산고=내야수
2022년=문동주=진흥고=투수
2023년=김서현=서울고=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