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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역대 최다승 감독을 바로 내치는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현실적 대안은 없을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류지현 감독에게 쏟아지고 있다. 시리즈 내내 류 감독이 선택한 투수 교체, 작전 등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도 중요하고, 야구는 결과론이 지배하는 스포츠라 할 수 있지만 감독은 책임을 지는 자리가 맞다. 패배에는 변명이 없어야 한다.
문제는 류 감독과 LG의 2년 계약이 끝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소문이 무성한 것 같다. 벌써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맥을 못춘 류 감독에 실망해 감독이 바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새 감독이 될 것이다라는 소문이 야구계를 강타하고 있다.
LG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올시즌에는 팀 창단 후 시즌 최다승인 87승을 거뒀다. SSG 랜더스에 밀려 2경기 차 2위에 그친 게 옥에 티. 하지만 144경기 체제 후 역대 최고 승률 2위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이 향후 수년간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현수를 4+2년 계약으로 붙들어 놓았고, 박해민을 FA로 영입하며 중심틀을 잡았다. 기존 오지환, 유강남, 채은성 등에 문보경, 문성주, 이재원 등 젊은 선수들로의 세대 교체도 성공했다. 홍창기도 2년 전 가능성을 보이고, 지난해 류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기량을 만개시킨 케이스.
마운드는 야수진보다 더 강했다. 특히 불펜이 엄청났다. 정우영-이정용-김대유-고우석의 젊은 필승조를 완벽하게 가동시켰다. 여기에 진해수, 김진성 등 베테랑들도 힘을 보탰다. 선발에서는 유망주 김윤식을 후반기 에이스급 투수로 변신시켜놨다.
팀을 젊게 변모시키면서, 성적까지 챙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LG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생활하며 선수들의 능력과 특성 등을 파악하고 공부한 결과물이다. 류 감독이 아니었다면 쉽게 하기 힘든 작업일 수 있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류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마무리를 해,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으며 재계약 도장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 분위기상 그런 욕심은 내려놔야 할 듯.
구단도 최소한의 기회를 다시 주는 방법이 있다. 내년 1년 더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옵션을 실행하거나 재계약을 하는 등의 방법이다. 시즌 최다승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 류 감독은 LG에서만 모든 영광, 고통을 순간을 함께 했던 '레전드' 출신이다. 당장의 결과에 칼날을 들이민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