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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결승 홈런, 쐐기 안타보다 값졌던 건 뭐?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푸이그는 2-1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7회 결정적인 1타점 적시타를 정우영으로부터 뽑아냈다. 이 안타에 힘이 빠진 LG가 김태진에게 연속 적시타까지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푸이그가 정말 빛났던 건 홈런을 쳤을 때도, 안타를 쳤을 때도 아니었다. 푸이그는 3회 홈런을 치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베이스를 힘차게 돌았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더그아웃에서 푸이그를 기다리던 이정후와 강병식 타격코치가 '어디로 뭐하러 가는 거야'라는 듯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푸이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런 사고라면 100번도 쳐도 될 듯 하다. 푸이그가 간 곳은 관중석이었다. 안전 그물 뒤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꼬마팬과 하이파이브를 하러 달려간 것이다. 그 꼬마팬은 푸이그의 유니폼을 입고 '영웅' 푸이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이그는 그 꼬마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팬서비스를 했다. 푸이그 덕에 그 꼬마팬은 4차전 최고 화제의 인물이 됐다. 중계 카메라에 계속해서 클로즈업 됐다. 푸이그와 푸이그가 손바닥을 마주쳤다는 동영상이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였다.
선수들은 게임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시합 도중에는 팬들과 스킨십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고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는 오히려 다르다. 스타 플레이어일수록 경기 중에도 세심하게 팬들을 챙긴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팬들에게 한 인상적인 팬서비스들을 모아놓은 동영상이 따로 있을 정도다. 관중석쪽에 플라이 타구를 잡으로 갔다가, 팬의 팝콘을 몰래 집어먹는 모습에 지켜보는 팬들이 '뻥' 터지는 장면이 기억난다. 미국에서 이런 모습들을 지켜봤던 김광현이, 올 시즌 관중석에 있는 어린이팬과 캐치볼을 하는 것도 '올해의 명장면'이었다. 성인 팬도 물론 중요하지만, 야구 선수들에게 어린이 팬들은 챙겨야 하는 1순위 '귀한 손님'이다.
푸이그라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엄청난 화제였다. 물론, 시즌 중에는 한국야구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모습에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며 몸이 만들어지고, 적응력도 키워가며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푸이그의 장타가 계속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경기력 뿐 아니라 동료들과 하나가 돼 단합하고, 경기를 즐기는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다. 그저 돈을 벌고, 메이저리그에 다시 가기 전 무대로 한국을 택한 줄 알았는데, 최근 모습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깜짝 하이파이브로 그 호감도에 정점을 찍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