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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용규놀이'…이용규가 무서운 진짜 이유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10-25 20:29 | 최종수정 2022-10-26 19:21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PO 2차전. 2회초 2사 2, 3루 이용규가 2타점 적시타를 치고 나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0.25/

[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습니다."

이용규(37·키움 히어로즈)를 끈질긴 타자의 대명사다.

스트라이크존 곳곳에 공략하기 어렵게 들어온 공도 파울로 연결하며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곤 한다. 어느덧 타자의 끈질긴 승부를 보면 팬들은 '용규놀이'라고 한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용규놀이가 사라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용규를 두고 "투수를 괴롭히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LG 선발 투수 아담 플럿코를 상대하는 모습은 이전과는 달랐다. 초구부터 배트를 냈고, 모두 안타로 만들었다.

1회초 1사에서 이용규는 플럿코의 초구 직구(147㎞)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이용규가 밥상을 차리자 해결사도 함께 나왔다. 이정후의 안타로 1,3루 찬스를 잡은 키움은 김혜성 타석에 나온 포일로 선취점을 챙겼다.


2회초에는 이용규가 직접 해결사가 됐다. 선두타자 김태진이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다. 송성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했고, 김휘집의 안타와 김준완의 진루타로 2사 2,3루를 만들었다.

이용규는 다시 한 번 플럿코의 초구를 공략했다.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올렸고, 타구는 우중간 안타가 됐다. 주자 두 명이 들어오기에 충분한 타구. 이용규는 이정후의 2루타로 득점을 더했다. 키움은 2회에만 5점을 냈다.

이용규는 초구 승부에 대해 "첫 타석에서는 (플럿코를 상대로) 데이터 상으로 직구와 컷패스트볼에 스트라이크를 당했고, 타이밍이 늦어 빠른 공을 생각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감이 좋아서 공이 눈여 보였고 쉽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김준완을 상대로 체인지업 등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더라. 체인지업과 커브를 생각하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 치려고 했는데, 결과가 생각대로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용규는 이어 "가을야구를 하면 상대방에서 쉬운 투수가 안나오고 좋은 투수가 나온다. 적극적으로 치지 않으면 결과가 안 좋다고 생각했다. 볼을 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려고 마음을 먹었다"라며 "상대방이 볼넷을 주지 않기 위해서 카운트 잡는 공에 적극적으로 들어가니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초구 공략 모습 역시 홍 감독이 바랐던 이용규의 모습이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홍 감독은 "이용규는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안다"고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다. 단순히 투구수를 늘리기보다는 확실하게 승부를 볼 때는 배트를 내는 과감성을 갖춘 경험이 빛을 보길 바랐다.

이용규가 초반 득점 발판을 마련하면서 키움은 중반 이후 실점에도 꼬리를 잡히 않은 채 7대6 승리를 잡았다. 이용규는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키움은 1차전을 실책 연발로 내줬지만, 2차전을 잡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차전 선발은 안우진. 키움으로서는 꿀맛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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