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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다 가진 자의 여유인가, 아니면 명장으로서의 본능인가.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살떨리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거침 없는 투구를 선보였다. 1사 후 야시엘 푸이그에게 홈런성 타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다. 최고구속 145km의 직구를 겁없이 던지는 모습에서 KT팬들은 쾌감을 느꼈을 듯 하다.
박영현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KT 지명을 받은 신인. '최동원상'을 받은만큼 잠재력이 큰 선수지만, 이제 막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긴장감 넘치는 포스트시즌 무대, 그리고 첫 세이브 기회에서 떨지 않고 던진 것만으로 칭찬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이 선수 기용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건, 그 어떤 일보다 힘들다. 기자나, 팬들은 눈에 보기에 컨디션이 좋고 잘할 것 같은 백업, 신인 선수들을 쓰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현장 감독들은 늘 '애버리지'를 무시하지 못한다. 결국, 해주던 선수들이 못하다가도 확률적으로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기자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마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다른 감독들이었다면 또 다시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했을 것이다. 신인 투수를 내는 게 겁났을 수 있고, 김재윤의 사기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감독들이 쉽게 할 수 없는 파격적 선택을 했다. 그리고 대성공을 거뒀다. 경기도 가져오고, 박영현이라는 신인 투수까지 스타로 만든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KT를 통합 챔피언으로 올려놨다. 지도력을 인정받아 WBC 감독으로까지 선임됐다. 이번 시즌도 시즌 초반 부진을 떨치고 포스트시즌까지 팀을 올려놨다. 냉정히,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 해도 위상이 추락할 일은 없다. 다시 말해, 지난해보다는 부담이 덜한 포스트시즌일 수 있다. 그러니 공격적인 선수 투입도 가능하다.
여기에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이기도 했다. 아무리 선수를 키운다고 해도, 무조건 실패할 카드라면 팀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밀고나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제 한 경기 경험이, 박영현을 향후 대투수로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