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국민타자' 아닌 '감독 이승엽'
많은 팬들이 반기지만, 걱정의 시선도 많다. 일단 현 상황 호칭을 붙이기도 쉽지 않다. 야구로 보면 해설위원이고, KBO 홍보대사다. 야구재단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중에 더 강력히 인식되고 있는 건,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이다. 골프 예능, 야구 예능에서 맹활약중이다.
은퇴 후 코치 일을 선택하지 않고 외부 활동에 집중했다. '최강야구' 감독이지만, 이 걸 가지고 야구쪽에 끈을 놓지 않았다고 얘기한다면, 현장 지도자들이 한탄할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선수들의 열정을 폄하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예능이다. 프로야구단을 한 시즌 이끄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누가 봐도 감독이 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선수 시절 코칭스태프를 바라보는 것과, 자신이 코치나 감독이 돼 선수들을 이끄는 건 아예 다른 세상 일이라고 한다. 때문에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도 당연히 이승엽 감독 카드를 검토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부분을 안타깝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승엽이라는 이름값이다. 그가 감독이 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게 뻔하다. 조금만 실수가 나와도, 초보의 한계라느니 이래서 코치 경험이 필요하다느니 등의 얘기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힘겨운 초보 딱지에, 엄청난 핸디캡을 더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한 야구인은 "이승엽이 감독이 된다면 참모가 중요하다. 베테랑 감독도 혼자 팀을 이끌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신에게 똑바로 조언할 수 있는 코치 선임이 감독 이승엽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요소"라고 강조했다.
물론, 감독 이승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야구인은 "냉정하게 말하면, 최근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이전과 비교해 크지 않다. 코치 경험이 없더라도, 선수단과 소통만 잘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경험 없는 사람, 이름값 없는 사람이 감독이 되면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무시한다. 하지만 이승엽이다. 어느 누가 이승엽을 무시할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의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팀 분위기를 단 번에 휘잡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종목은 다르지만 농구에서 비슷한 예가 있었다. 최고 스타였던 현주엽이 코치 경험 없이, 해설위원으로만 활동하다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이 됐던 것이다. 당시 예능 등에서 얼굴을 알려 인기는 최고였다. 하지만 경기로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3년 만에 초라하게 짐을 쌌다. 이승엽 역시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인기 감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야구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대단한 스타라도 그 자리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