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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조선의 4번타자, 부산의 심장, 자이언츠의 영원한 10번이 길고 찬란했던 선수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이대호가 상대한 타자는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었다. 8위와 2위와 확정된 두 팀인 만큼 부담없이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한 것. 이대호는 고우석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데뷔 첫 홀드를 적립한 뒤 1루수로 돌아갔다.
이대호의 은퇴식은 친구, 야구 선후배, 팬, 가족에 이르는 애정 가득한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추신수는 "너란 라이벌이 있어서 지금까지 야구하고 있다", 최준석은 "멋지게 박수갈채 받으며 떠나는구나. 오늘 또 배운다", 이우민은 "만난지 30년, 나이가 40, 친구인게 자랑스럽다". 정근우는 "은퇴하는데 이렇게 잘해도 되나? 조금 쉬고 제2의 인생도 성공하라"며 우정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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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과 이승엽, 심수창, 박용택 등 야구 레전드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일본 야구 레전드의 T-오카다, 일본 소프트뱅크 시절 사령탑이었던 쿠도 키미야스 감독도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놀러오라", "이대호 덕분에 2015년 우승과 더불어 일본 최고가 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마쓰다 노부히로는 특별히 한국말로 "2년간 최고의 타자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랫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카림 가르시아, 제리 로이스터 감독, 로빈슨 카노 등의 은퇴 축하도 이어졌다. 롯데 골수팬으로 알려진 배우 조진웅은 "개인적으로 귀감으로 삼고 있었는데, 은퇴하신다니 섭섭하다. 진심으로 응원한다"면서 폭풍 눈물 연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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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동빈 구단주가 이대호에게 직접 전달한 감사 선물이 돋보였다. 이대호 부부에게 17시즌의 헤리티지를 담은 '영구결번 커플반지'가 주어졌다. 이대호도 직접 사용한 글러브로 화답했다. 딸 예서, 아들 예승, 아내 신혜정씨의 인사는 이대호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마지막 순간 이대호의 머리에 남은 건 '부산 팬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이대호는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준 20년, 전 팬 여러분이 꿈꾸고 바랬던 우승을 결국 이뤄드리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던 이대호는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 돌아보면 팀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야했던 제가 가장 부족했다. 후배들이 흔들릴 때 더 강하게 잡아주지 못했고, 흥분할 때 진정시켜주지못했고, 모두가 기대하는 순간에 해결해주지 못했다"며 거듭 울먹여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시 이대호를 울린 것은 가족이었다. 이대호는 "방학 때 해운대도 데려가지 못한 못난 아빠, 독박 육아는 물론 1년의 절반도 함께 해주지 못한 남편이다. 사랑하는 아내 혜정아 고맙다"면서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했던 손자가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박수 받고 떠나는 선수가 됐다. 지금 많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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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후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은 최동원(11번)에 이어 롯데의 역사상 2번째 영구결번이 됐다. 이날 경기는 사직구장 2만2990석 모두가 매진됐다.
이대호는 차를 타고 사직구장을 한바퀴 돌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목다운 퇴장이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