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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레전드에 모자 벗고 인사, 12년 전 그날이 떠오르네[SC 포커스]

이승준 기자

기사입력 2022-08-29 10:32 | 최종수정 2022-08-29 11:54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7회 롯데 이대호가 SSG 김택형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대호.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28/

[스포츠조선 이승준 기자]KBO리그 레전드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투수. 12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SSG 랜더스는 28일 인천랜더스필드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앞서 이대호(40)의 은퇴투어를 진행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롯데 이대호가 1회초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 있던 SSG 김광현이 모자를 벗고 이대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에 이대호도 헬멧을 벗고 인사를 했다. 은퇴를 앞둔 레전드에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광현이 낯설지 않다. 약 12년 전 레전드의 은퇴 경기가 떠올랐다.


19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삼성-SK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은퇴하는 삼성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서자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0.9.19 【 연합뉴스】
SK 와이번스(현 SSG)와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가 있던 2010년 9월 19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양준혁의 은퇴식이 열렸다. 당시 양준혁은 KBO리그 통산경기, 타수, 안타, 2루타, 홈런, 루타, 4구, 사구, 타점, 득점 부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타자였다.

양준혁의 은퇴 경기 때 마운드에 올랐던 선수가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2007년 4월 10일 인천 삼성전에서 양준혁에게 자신의 첫 홈런을 허용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자신의 첫번째 경기에서 상대했던 타자의 마지막 경기에 등판했다.

김광현은 양준혁이 1회말 타석에 들어서자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은퇴를 앞둔 선배에 대한 예우였다. 김광현은 이날 양준혁과 3번 맞대결 펼쳐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3타석에서 안타가 없던 양준혁은 마지막 타석에서 SK 송은범을 상대해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본 팬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 게 은퇴하시는 양준혁 선배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0,09,19 양준혁 은퇴식 대구=김재현기자basser@sportschosun.com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이대호는 어땠을까. 이대호는 김광현을 상대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7회초 김택형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자신의 은퇴투어를 자축했다. 이 홈런으로 롯데는 SSG에 4대2로 승리했다.

양준혁 은퇴 경기 때 등판했던 22살 김광현은 어느덧 데뷔 16년차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돌아온 레전드 반열에 오를 투수가 됐다.
이승준 기자 lsj0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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