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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던지잖아요" 121일만의 시즌 2호 벤클, 주한 미국대사 앞에서…또다시 불거진 야구 문화 차이? [SC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8-22 09:51 | 최종수정 2022-08-22 09:52


투수가 '보고 던졌다'며 항의하는 정 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자는 "(투수가 나를)보고 던졌다"며 항의했다. 그런데 불씨는 엉뚱한 곳에서 더 커졌다. 양팀 코치진이 충돌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가 5-0으로 앞선 3회말, 한화 이글스 2번째 투수 주현상의 143㎞ 직구가 정 훈의 팔꿈치를 강타했다.

다행히 보호대 위를 때리긴 했지만, 정 훈은 발끈했다. 마운드로 걸어올라가려던 정 훈의 앞을 주심이 막아섰다. 정 훈은 "보고 던졌잖아요"라며 항의했다.

과민반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 훈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앞선 2회말, 전준우와 안치홍이 잇따라 한화 선발 남지민에게 직구로 사구를 맞은 뒤였기 때문. 2이닝 동안 3개의 사구를 맞은데다 모두 팀의 중추를 이루는 베테랑들이다. 특히 전준우의 경우 스트라이크 없이 3볼 상황에서 우타자 엉덩이까지 파고든 직구였다.


사구 후 불쾌감을 표하는 전준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세 선수 모두 평소 사구에 그리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편. 야구계에 따르면 타자들은 공을 던지는 순간 투수의 눈을 보고 고의성을 판단한다. 5-0까지 점수가 벌어진 상황이었던 만큼, 정 훈은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화 측은 사구를 던질 상황도 아니었고, 고의성도 없었다는 입장.

분위기가 격화되자 양쪽 벤치에서 선수들이 달려나왔다. 4월 23일 롯데-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경기 이후 121일만에 나온 시즌 2호 벤치 클리어링이다.

다만 정 훈은 타석 앞쪽에서 주심에게 가로막힌 상황이었고, 주현상과의 충돌도 없었다. 일이 커진 쪽은 양팀의 외국인 코치진이었다.


양팀 벤치클리어링.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부임 이래 한화 벤치는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다. 때문에 종종 타 팀과 충돌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야구 문화 차이'라고 여러차례 해명한 바 있다. 벤치 클리어링에 적극적이고, 보다 승부에 집착한다는 설명.


이날도 남지민의 사구에 롯데 타자들이 불쾌감을 표하자, 수베로 감독이 직접 나서 크게 소리치는 모습이 있었다. 곧이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자,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달려들 기세로 격한 몸싸움까지 벌였다. '한국 야구문화'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롯데 역시 외국인 코칭 스태프가 많은 팀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을 비롯해 라이언 롱 타격코치, 브랜든 레어드 배터리코치, 로이스 링 불펜코치가 있다. 로사도 투수코치는 롯데 레어드 코치와 언쟁 끝에 폭발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인이다.


사직구장을 찾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한화와 롯데는 리그에서 팀 사구가 가장 적은 팀이다, 한화는 36개, 롯데는 38개로 각각 10위와 9위에 불과하다. 다만 선수 개인으로 들어가면 롯데 반즈가 16개로 사구 1위다.

양팀 선수단의 충돌은 롯데 출신인 조성환 한화 코치와 이대호의 중재로 일단락됐고, 롯데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보복구'는 없었고, 경기는 순조롭게 롯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있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야구에서는 흔한 일'로 받아들였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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