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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감독님 저 아파요'
경기가 끝난 뒤 키움 이지영은 아이싱하고 있는 손을 두산 벤치 쪽을 향해 내밀며 장난을 쳤다.
키움 선발 요키시와 합을 맞췄던 포수 이지영이 첫 타석부터 투구에 맞은 뒤 곧바로 경기에서 빠지는 변수가 생겼다.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지영은 두산 선발 곽빈이 던진 149km 직구에 왼쪽 손등을 맞았다. 워낙 빠른 공이라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타석에 그대로 주저앉은 이지영에게 다가간 곽빈도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다행히 본인 힘으로 다시 일어난 이지영은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김재현과 바로 교체됐다.
주전 포수 이지영의 부상으로 급하게 투입된 김재현이 안정적인 리드로 6회까지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하지만 7회말 무사 1,2루 선발 요키시에 이어 마운드 오른 필승조 김태훈이 두산 허경민에게 역전 만루포를 맞으며 키움은 아쉽게 패했다.
10연승을 눈앞에서 놓친 키움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3루 원정 팬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때 그라운드에 나와 있던 이지영이 두산 김태형 감독을 향해 아이싱하고 있는 손을 내밀며 아프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도 고의는 아니었지만, 타구에 맞아 부상 당한 후배를 향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상대 팀이지만 김 감독의 따듯한 마음을 느낀 이지영은 미소 지으며 괜찮다는 표현으로 손가락으로 'OK'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투구에 맞은 뒤 교체됐던 이지영과 이정후는 CT 검사 결과 특이한 소견이 없다고 구단이 전했다.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었지만 김태형 감독과 이지영은 잠시 승부를 떠나 같은 야구인으로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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