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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두산 베어스 외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3) 만큼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선수도 드물다.
2017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60이닝을 던지며 메이저리그서 주목받긴 했지만,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그의 무대는 아시아로 옮겨졌다. 일본 소프트뱅크 호스크, 대만 중신 브라더스를 거쳤다. 아시아 야구에 밝다는 점, 별다른 부상이 없고 구종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두산의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성실한 자세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그가 미국 또는 일본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적극적 오퍼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재계약 조건은 190만달러였다. 미란다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시즌 개막을 재활군에 맞은 미란다는 4월 17일 1군에 올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4이닝 1실점, 23일 LA 트윈스전에서 3이닝 2실점했다. 그러나 2경기에서 각각 6볼넷을 허용한데다 직구 스피드도 140㎞대 초반에 머물면서 4월 24일 다시 말소됐다. 그리고 검진 결과 어깨 대원근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다시 재활에 들어간 미란다는 착실하게 몸 만들기를 한 뒤 지난달 말 정상 소견을 받아 본격적인 피칭에 들어갔다. 불펜피칭과 연습경기를 거쳐 지난 25일 KIA 타이거즈와의 잠실경기 마운드에 섰다. 하지만 나아진 게 없었다.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만 잡고 볼넷 6개와 사구 1개를 내주고 4실점했다.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제구를 완전히 잃었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 미란다가 원한다면 2군에서 던지게 하고, 우리는 우리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교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문제는 대체 용병이다. 마땅한 자원이 있다면 미란다는 당장 보따리를 싸야 하지만, 현지 미국 시장이 여의치 않다. 요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투수 엔트리 한도 13명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투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투수 수요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KBO 선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체를 준비하는 구단마다 리스트에 담아놓은 쓸만한 투수가 콜업되거나 소속팀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두산도 예외가 아니다.
미란다는 일단 2군 대기다. 향후 일부라도 몸값을 할 지, 그대로 물러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