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투수는 제5의 내야수다. 일단 투구를 마치고 나면 수비수로 변신해야 한다. 땅볼이든 뜬공이든 본인이 책임져야 할 타구가 한 경기에 3~4번은 된다. 여기에 1루 또는 홈 커버 상황도 발생한다.
김광현이 데뷔한 2007년 이후 전체 KBO리그 투수들의 수비율은 0.950이다. 김광현의 경우 중급 수비 실력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2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둘 다 번트 수비에서 나왔다.
하지만 김광현의 실책이 가장 뼈아팠다. 왜 그런 실책이 나왔을까. 번트 수비서 늘 그렇듯 다급한 마음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서호철의 번트를 잡은 김광현이 3루를 겨냥한 건 옳았다. 2루주자를 3루에서 포스아웃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었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급하게 강하게 던져 제구가 안됐다.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김광현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앞서 지난달 2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5회초 한태양의 번트를 잡으려다 한 번 놓쳤고, 다시 잡아 1루로 던졌으나 아웃 판정이 비디오 판독에서 세이프로 번복됐다. 심리적으로 다급했던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승부욕, 책임감이다. 김광현도 승부욕이 강하다. 자책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이유가 승부욕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또는 시즌 중 투수들은 번트 수비 연습을 수 없이도 한다. 그만큼 투수의 번트 수비는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야수와 마찬가지로 투수의 수비도 집중력과 침착함이 좌우한다. 여기에 승부욕이 더해지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날 김광현은 7이닝 5안타 5실점해 시즌 첫 패를 안았다. 실책이 섞여 평균자책점은 1.39로 좋아졌지만, 자신의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겼을 지도 모르는 경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