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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통했다' 1군 콜업 첫날 포수로 깜짝 출전한 김민혁...치고 달리고 막고 '뛸 수 있어 행복'

박재만 기자

기사입력 2022-05-18 07:47


두산 내야수 김민혁이 1군 콜업 첫날부터 포수로 출전해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맡겨만 주세요' 1군에 콜업된 첫날. 경기 도중 포수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감독은 내야수 김민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린 17일 잠실구장. 경기 초반 두산 선발 이영하를 공략하는 데 성공한 SSG 타선이 2회까지 8점을 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반환점을 돈 5회까지만 해도 SSG가 8대2로 리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6회부터 두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6회 3점을 내며 4점 차까지 좁히더니, 8회말 SSG 불펜을 무너뜨리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경기 후반 승부는 9대9 원점으로 돌아갔다. 12회 연장 혈투 끝 무승부로 끝난 경기에서 두산은 7명, SSG는 8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경기는 아쉽게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날 잠실구장을 뜨겁게 달군 선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두산 내야수 김민혁이었다. 이날 1군에 콜업된 김민혁은 경기 중반 갑작스럽게 생긴 포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주포지션은 내야수인 김민혁은 팀을 위해 프로 데뷔 첫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기 도중 포수 장비와 미트를 끼고 급하게 몸을 푸는 김민혁 '뭐든 맡겨만 주세요'
5회 주전 포수 박세혁과 교체된 박유연이 6회까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문제는 6회말 무사 1루 타석에서 생겼다. SSG 선발 노바와 끈질기게 승부를 펼치던 중 볼카운트 2B 2S 5구째 몸쪽 150km 투심 패스트볼에 손등을 맞고 통증을 호소했다. 라인업에 포수는 박세혁과 박유연 단 두 명인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박유연이 부상으로 빠지자 김태형 감독은 내야수 김민혁에게 포수로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포수 프로텍터와 미트를 급히 끼고 1루 더그아웃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김민혁은 1군 콜업 첫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8대4로 뒤지고 있던 6회말 2사 3루 안재석 타석 때 대타로 올 시즌 첫 타석에서 들어선 김민혁은 베테랑 고효준을 상대로 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3구째 잘 떨어진 133km 체인지업을 한 손을 놓으며 가볍게 툭 맞췄다. 이 타구는 유격수 박성한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향하며 적시타로 연결됐다. 1루 베이스에 도착한 김민혁은 유니폼에 입을 맞추며 환호했다.

이어진 7회초 두산 수비. 프로 데뷔 첫 포수로 출전한 김민혁은 투수 김명신과 사인을 맞췄다. 선두타자 김민식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김성현은 1루 땅볼 처리하며 안정감 있게 투수를 리드했다.


투수 김명신과 급하게 사인을 맞추는 포수 김민혁 '형 자신 있게 던져요 다 잡을게요'
7회초 1사 3루 2B 2S 포수 김민혁은 포크볼 사인을 냈다. 김명신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을 완벽히 던졌고, 추신수는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 포수가 뒤로 빠진 공을 찾는 사이 3루 주자 김민식이 홈을 밟았다. 폭투를 틈타 타자까지 출루 성공. 이후 추신수는 2루를 훔치며 초보 포수를 흔들었다. 폭투로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포수 김민혁은 이후 최지훈을 외야 플라이,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프로 데뷔 첫 포수로서 이닝을 마쳤다.

8회말 무사 1,2루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민혁은 또 한 번 안타를 날리며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이후 조수행의 희생플라이 때 태그업 후 몸을 날려 득점까지 올린 김민혁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기회를 준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제대로 준비도 못한 상황에서 급하게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와 6이닝을 완벽하게 소화한 두산 김민혁은 홈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018년 9월 23일 NC전 이후 1,333일 만에 1군 경기에서 안타, 그것도 멀티히트를 기록한 포수 김민혁에게 이날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간절함이 만든 안타 1,333일 만에 1군 안타를 기록하는 순간

유니폼에 입을 맞추는 김민혁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포수들이 가장 잡기 어려운 내야 뜬공도 문제없이 '척'

12회까지 김명신, 권휘, 정철원, 홍건희 4명의 투수들을 안정감 있게 리드한 김민혁 '알고 보니 포수 체질?'

남은 시즌 김민혁에게 웃는 날이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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