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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기장, 좋은 시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비, 바람, 추위가 몰아쳐도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 개최가 가능한 서울 돔구장은 한국 프로야구계의 숙원이었다. 고척돔구장이 몇 년 전 개장했지만 2만석이 안 되는 규모이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울 서남부권에 위치해 있으며, 제반시설이 부족해 온전한 돔구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축 돔구장은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개발하는 '잠실 스포츠 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의 일환이다. 총 사업비 2조1672억원에, 한화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다. 야구장이 주가 된 사업이 아니다.
광주, 대구, 창원 등 최근 개장한 신축구장과 다른 방식이다. 지자체가 주체가 돼 시비와 국비가 투입되고 구단이 비용 일부를 분담하는 형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간사업자가 주체다. 위에서 거론한 지방 야구장들은 지자체가 구단에 일정기간 구장 운영권을 위임한다. 해당 지역을 연고지로 한 구단이 지역민을 위한 공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 무게를 둔 접근 방식이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이 예외없이 적자를 보고 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많을 것을 협의해야겠으나, 조건이 안 좋으면 돔구장을 안 쓰면 된다. 다른 데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돔구장 신축에 관해 구단은 논의하거나 공유한 게 없다. 총재가 주도해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잠실야구장 소유주인 서울시는 매년 실속을 챙겼다. 지난 해 기준, 주 수입원 중 하나인 경기장 광고권 수입 172억원 중 127억원을 가져갔다. 두산, LG 구단에 돌아간 금액은 각각 22억500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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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구단은 지난해 30억원이 넘는 위수탁료(경기장 매점 운영권, 시설 이용료 등)를 서울시에 냈다. 위수탁료는 입장 수입의 10%, 식음료 등 매장수입의 13% 등을 산정해 금액을 결정한다. 두산과 LG가 흥행을 일으키고 매장 매출을 키우면, 서울시가 이에 연동해 증가분을 더 가져가는 셈이다. 구단이 한해 400억원 이상을 써가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관중을 끌어모아도, 수입은 서울시가 가져가는 '갑질 구조'다. 아무리 구장이 서울시 소유라고 해도, 건물주 위주의 일방적인 행태다. 오랜 시간 개선을 요구해도 바뀌지 않았다.
두산과 LG는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년 각각 130억원 관중입장수입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해에는 이 금액이 2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110억원이 넘는 수입이 사라진 것이다. 웬만한 중소기업이면, 존폐 위기에 몰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꼬박꼬박 수입을 가져갔다. 든든한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두산, LG는 감수해야 했다. 서울시가 구단을 야구전문기업이 아닌, 적자를 봐도 문제가 없는 대기업 계열사로만 보는 것이다.
잠실 돔구장 건축안은 허구연 총재가 오세훈 시장에게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 입장에선, 돔구장 이슈로 주목받아서 나쁠 게 없다. 세세한 내부 사정을 모르더라도 임기 중 치적으로 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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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속성은 그렇다고 해도, KBO 총재는 달라야 한다. 서울시장에게 잠실 돔구장 신축 문제는 많은 업무 중 하나지만, 한국 프로야구로 입장에선 중대 사안이다.
지난 달 취임한 허구연 총재는 짧은 기간에 상당히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야구인도 적지않다. 그러나 야구계 일각에선 허구연 총재가 정지택 전임 총재의 잔여 임기 2년 안에 성과를 내려고 필요 이상으로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KBO 총재직은 외부 노출보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고민해야하는 자리다. 잠실 돔구장 신축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국 프로야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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