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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조금 늦게 온 만큼 더 오래 잘하는게 목표에요. 미국행? 그땐 정말 후회했었죠."
이날 키움은 윤정현이 등판할 때까진 1-2로 뒤지고 있었다. 4회 2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윤정현은 두산 김인태에게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내줬지만, 키움 유격수 김주형의 호수비 덕분에 위기를 탈출했다. 이어 키움이 5회초 공격에서 4사구 4개와 안타 4개를 묶어 대거 5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윤정현의 두번째 이닝도 순탄치 않았다. 페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했지만, 김재환에게 2루타, 강진성에게 볼넷과 포일이 이어지며 1사 1,3루 위기에 처했다.
경기 후 만난 윤정현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2018년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뒤 2019년 2차 1라운드에 키움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3년간 28경기 41⅔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4차례 선발 등판 이력이 있음에도 승리 없이 1패 뿐이었다.
윤정현은 "무조건 막아야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조금 늦게 온 만큼 잘하려고 하는데, 이제 4년차인데 3년간 보여드린게 없잖아요. 1승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쁩니다"라고 답했다. 캠프 아닌 시즌중의 히어로 인터뷰는 처음이다.
2018년 당시 함께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통해 KBO에 입성한 선수가 하재훈, 김성민(이상 SSG랜더스) 이대은(은퇴)이다. 자신보다 먼저 이름을 알리고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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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드래프트 때부터 따지면 무려 10년을 돌아 거둔 첫승이다. 예전보다 포수를 좀더 잘 볼수 있게 투구폼을 바꾸면서 제구가 잡히고,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1~2년차 때 아, 1승이 진짜 어렵구나 느꼈죠"라며 "기록이나 보직은 생각도 안합니다. 다치지 않고 1군에서 한시즌! 던지고 싶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솔직히 미국에 있을 땐 미국 간걸 후회했죠.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돌아오다보니 다 제 길이 아닌가. 지금은 좋아졌습니다."
윤정현의 등번호는 99번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류현진의 등번호다. 윤정현을 향한 키움의 기대가 담겼다.
윤정현은 "팀에서 99번을 미리 주셨어요. 솔직히 지금은 많이 무겁습니다"라며 웃은 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 첫승인데, 떠오르는 사람 있나'라는 질문에 윤정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부모님이죠. 항상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입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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