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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서야 제대로 발휘된 '상군매직'
양교 모두 대회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원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로 열리던 대회. 원래 시즌 후반 소규모로 열리던 대회였다. 하지만 SSG 랜더스를 인수한 신세계 그룹이 아마야구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회를 후원했다. 대회 시기도 봄으로 당겼고, 역대 최다 참가팀인 88개교가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결승전은 프로 선수들이 뛰는 랜더스필드에서 개최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멋진 구장에서, 초대 대회 챔피언이 되고픈 욕심은 당연했다.
경기 초반은 장충고가 분위기를 탔다. 북일고는 선발 김휘건과 두 번째 투수 장우진이 흔들리며 2회부터 3이닝 연속 실점을 했다.
북일고는 5회에도 3점을 추가했다. 장충고는 황준서에 이어 신윤호, 김윤하를 올리며 어떻게든 방어선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신이 난 북일고의 분위기를 잠재울 수 없었다.
그리고 북일고에는 히든카드가 있었다. 세 번째 투수로 나온 최준호. 5회 2사 1, 2루 위기서 등장한 최준호는 140km 중반대의 빠른 직구로 장충고 타자들을 압도했다. 최준호는 9회초 마지막 순간 마운드를 지키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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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고는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북일고가 배출한 프로 선수만 해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2014년 전국체전 우승 후 전국대회 우승이 없었다. 침체기에 빠진 북일고를 살리기 위해 등장한 사람이 이상군 감독이었다. 북일고, 한화 이글스 레전드 출신으로 지난해 팀을 맡아 리빌딩에 들어갔다.
이 감독은 "학생 야구니 기본기를 강조한다. 수비가 중요하다. 방망이를 못친다고 나무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수비에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잔소리를 했고, 연습을 더했다"고 했다.
이 감독 말대로 북일고가 승기를 잡은 원동력은 수비였다. 5-3으로 역전을 시킨 5회초 수비 상황. 2사 1, 2루 위기에서 상대 권 현이 친 타구를 중견수 김지환이 기막힌 다이빙캐치로 걷어올렸다. 여기서 양교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이 경기 승부처였다.
이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 오랜 기간 투수코치 일해왔다. 한화 감독대행도 했다. 하지만 코치 시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상군매직'이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북일고 감독으로 진짜 '매직'을 만들어냈다.
한편, 대회를 주최한 신세계 부회장이자 SSG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시구자로 나섰고, 경기를 지켜본 후 직접 시상까지 해 대회를 빛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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