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년 목표요? 팬들한테 너무 미안한게 많은데…"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협상이 길어졌다. 새해가 밝았을 때, FA 신분으로 남은 선수는 정 훈 1명 뿐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포함해 총 15명의 FA 중 14명이 계약을 마친 뒤에도 정 훈은 '마지막 FA'로 남아있었다.
정 훈에게 지난 두 달간의 속내를 물었다. "롯데 자이언츠 정 훈입니다"라며 기분좋게 전화를 받은 그는 "솔직히 그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온 정 훈은 우선 꿀잠을 실컷 잤다고. 손아섭(NC 다이노스)을 놓친 롯데 팬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소식이었다.
|
정 훈은 "어차피 내가 뒤로 밀릴 줄은 알았다. 좋은 선수가 워낙 많이 나오지 않았나"라면서도 "혼자 남은게 한 열흘 되나? 혼자 남은 뒤론 인터넷을 끊었다"며 힘들었던 속내도 고백했다. 그런 그를 위로해준 건 팬들의 마음이었다.
"내가 팬들에게 이렇게 사랑받는 선수라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남아달라'는 팬들의 메시지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내게 전해져왔다. 정말 뜨거운 마음을 실감했다. 내가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
팀동료들 역시 정 훈을 응원했다. '캡틴' 전준우는 공개적으로 "남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훈은 "(전)준우 형, (이)대호 형은 다 겪어본 사람들 아닌가. 그 스트레스를 아니까, 계약 얘긴 안하고 전화를 자주 걸어주더라. 후배들은 '형님 같이 하고 싶습니다' 슬그머니 이런 얘기 많이 하더라. 말로만 날 좋아하는줄 알았더니…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새 시즌 목표로는 '20홈런'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꼽았다. 왜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플레이오프일까.
"솔직히 팬들께 너무 미안하다. 그 동안 내 입으로 뱉고 지키지 못한 말만 해도…'대호 형 마지막 시즌인데 한국시리즈 가서 우승하겠습니다'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내가 그동안 '내년에 다릅니다'만 몇 번을 말했나. 일단 개인적으론 20홈런을 꼭 치고 싶다. 그리고 팀 성적은 좀더 현실적인. 진심을 담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5위라도 좋으니, 플레이오프를 가겠다. 날 사랑해주신 팬들의 마음에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