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전 키움 히어로즈 동료 김하성(25)과 에디슨 러셀(26).
김하성은 소속 팀의 융숭한 환호 속에 도전에 나섰다. 러셀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채 퇴출됐다.
두 유격수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 크게 엇갈린다. 불과 한살 터울의 젊은 유격수. 현지 반응은 극과극이다.
김하성은 빅리그 보장 계약이 확실시 된다. 현지에서는 다년간 연 평균 최대 1200만 달러 규모의 빅 딜을 예상하고 있다.
러셀의 상황은 답답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조차 불확실성 투성이다. 스스로 부활을 입증해야 빅리그 문이 열릴 전망이다. 당연히 계약 조건도 불리하고, 액수도 초라할 전망. 가뜩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시즌 마이너리그 전망 마저 불투명한 상황. 이래저래 암담하다.
키움의 왼쪽 내야를 함께 책임지던 두 선수. 어쩌다 처지가 이렇게 달라졌을까.
2020 시즌이 둘 사이의 운명을 갈랐다.
김하성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장타율 5할(0.523) 돌파는 7시즌 만에 처음이었다. 빅리그에서도 15~20홈런을 날릴 수 있는 파워 히터라는 점을 과시한 셈.
0.306의 높은 타율에 삼진(68)보다 많아진 볼넷(75)으로 출루율 역시 커리어 최고인 0.397을 기록했다. 최고의 도루 성공률(23도루/25시도)까지 5툴 플레이어로서 손색이 없는 기록을 남겼다.
공-수-주에 파워와 경험까지 갖춘 25세의 젊은 유격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있다.
1루를 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수비 능력이다.
시즌 중 러셀의 입단이 이미지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
유격수 러셀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자연스레 3루수 출전이 늘었다.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3루수로 나서며 멀티 포지셔너로서 이미지를 다졌다.
3루수 출전 시 안정된 수비와 함께 타격 성적(타율 0.348, 11홈런, 38타점)도 좋았다. ESPN의 KBO리그 중계와 함께 '멀티포지셔너 김하성'의 가치가 미국 현지에 알려졌다. 유격수로만 포지션을 한정할 경우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 하지만 '3루수에 2루수까지 볼 수 있는 젊은 유격수' 김하성에 대한 관심은 전국구로 확장됐다. 같은 유격수로서 미국 현지 상황을 귀띔해주던 팀 동료 러셀의 존재가 또 다른 측면에서도 김하성의 미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된 셈.
|
가뜩이나 가정폭력 전력으로 나빠진 이미지에 경기력 마저 물음표를 달고 말았다. 65경기 0.254의 타율과 2홈런, 31타점, 2도루. 설상가상으로 수비에서도 12개의 실책을 범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는 퇴출이었다.
KBO리그를 발판 삼아 화려하게 빅리그에 복귀하려던 계획도 엉망이 됐다. 올스타 출신의 젊은 유격수의 좌절.
현지 온도 차는 크다.
미국 매체 '어슬레틱'은 최근 유격수를 찾는 볼티모어에 6명의 선수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중 하나가 러셀이었다.
'컴백 기회를 찾는 젊고 싼 미들 인필더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컵스 시절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볼티모어 브랜든 하이드 감독 찬스도 언급했다. 하지만 가정 폭력과 수비 불안, KBO리그에서의 실패를 들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며 부정적 시선으로 결론을 맺었다.
반면, 김하성에 대해서는 '탐 나지만 돈이 비싸 볼티모어가 영입 경쟁에 선뜻 참전하기 힘든 선수'라며 '그림의 떡'으로 예상했다.
키움 시절 친하게 지냈던 러셀의 직간접적 도움 속에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블루칩으로 부상한 김하성. 빅리그 올스타 출신 옛 동료와 비교조차 하기 힘든 높아진 위상 속에 메이저리그를 노크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